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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시인(是認)과 부인(否認)

 

시인(是認)과 부인(否認). 요즘 우리시대, 우리사회는 시인(是認)보다는 부인(否認)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다. 왜 그런 비겁한 언행을 일삼을까? 어떤 사회적 심리가 작동하는 것일까?

요즘 학생들의 언어와 행동을 잘 관찰해보면 분명해진다. 일단 부정하고 출발한다. 즉 출발선에서 부정 출발하는 꼴이다. 시인했다간 자신에 쏟아질 질시와 멸시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까. 일단 ‘오리발 내밀기’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그렇게 한다. 하여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아이들한테 오히려 망신을 당한다. 분명히 면전(面前)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데도 ‘시치미 떼기’ 전법으로 일관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인간의 본성을 떠올리게 된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보다는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이 타당한 것 같다. 아마도 세상은 견고한 악한(惡漢)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극히 착한 선량(善良)들의 존재 가치가 엄존(儼存)하는가 보다. 선인보다는 악인들이 많다는 것이 세상이치인 것 같다. 좀스러운 생각 같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어떤 잘못된 결과를 시인(是認)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럴 수 있지 않느냐면서 도마뱀꼬리 자르듯 하고 저만큼 달아나버린다. 결국 부인하는 꼴인데 이는 거짓이 아닌가? 참과 거짓이 혼동되는 시대에 살기란 여간 고역(苦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그리 고역만은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경우는 아날로그시대를 횡단했던 사람들일지 모른다.

디지털시대의 진전과 후퇴는 자유자재로 이뤄진다. 과거를 깔끔하게 지울 수도 있지 않는가? 단지 새로움이란 것은 무(無)에서 유(有)가 아니라 유(有)1, 유(有)2, 유(有)3에서 유(有)4, 유(有)5, 유(有)6으로 파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움이란 아주 약간의 특성만 부여하면 성립된다. 이렇듯 디지털 시대에 창조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약간의 변형이 창조인 셈이다.

개성을 존중하는 이 디지털시대에 시인(是認)은 몰개성(沒個性)이기 때문에 부인(否認)을 통한 타인과의 차이를 느끼며 그 차이에서 존재감을 획득하는가 보다. 지구촌 삶은 점차 공간적 시간적으로 좁아지고 가깝기 때문에 거짓 같은 진실과 진실 같은 거짓의 차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류(誤謬)적 판단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야 개성이 넘치며 그래야만 시쳇말로 아이돌(우상)이 되는가 보다.

그러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있다. 사건들은 반드시 정의로움으로 결론지어진다. 사술(詐術)이 궁극적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사술(詐術)은 진실(眞實)과 진리(眞理), 정의(正義), 공의(公義)로움을 혼돈케 하기 때문이다. 명심해야 할 진리이다.

/진춘석 시인

▲1992년 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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