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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박근혜 3%’가 정국 가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고 1주일이 지난 8월 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끝에 박 전 대표는 “너무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시장직까지 걸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상급식은 정치권이 나설 문제는 아니었으며 또 애초부터 필요없는 투표였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당내 논란으로 번졌다. 주민투표 패배에 대한 박근혜 ‘책임론’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잘랐다.

그 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가 최대 현안이 됐다. 박 전 대표측은 지원여부의 전제조건으로 복지에 대한 당론을 먼저 정하라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는 무상급식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무상급식의 악령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한나라당 복지정책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겠다는 것이었다.

박 전 대표의 노림수는 당 복지정책의 노선변경을 통해 친이, 친박으로 나눠져 있는 당의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지금 한나라당은 철저하게 계산된 박 전대표의 의중대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현실정치의 중심축에 서 있는 박 전 대표의 정치력과 파괴력이 어느정도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나라당이 발표만을 남겨 놓고 있는 당 복지정책의 골간은 박 전 대표의 복지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먼저 당이 복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지 결정해야 한다’는 요지로 선거지원 문제에 앞서 복지당론을 요구한 바 있다.

당 복지TF(태스크포스)가 잠정 확정한 복지당론안도 박 전 대표의 복지구상과 다를 바 없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2014년까지 소득하위 50%에게만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오세훈안’에서 더 나아가 소득 구분없는 무상급식안을 검토하는 것은 “무상급식을 실시 중인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는 박 전 대표의 언급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복지안을 받아 들였고 박 전대표는 당의 요구대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로 확정된 나경원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나라당은 어려운 시기에 자충수로 터져나온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전 대표 일선 복귀의 명분을 제공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박 전 대표의 당 장악시나리오가 그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복지당론이 5~6일 결정되면 나경원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하고 박 전 대표가 이에 응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식 선거운동인 13일 이후 지원유세에 나서는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다.

한나라당의 참패를 예견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선전하고 있고 여기에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가지 얹혀지면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듯 항해가 가능해 진다. 다 망쳐놓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 가능성을 가늠할 절호의 찬스가 다가오고 있고 그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정국을 주도해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나경원 후보의 한 측근인사는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최소 3∼4%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나 후보측의 판단”이라며 “야권 후보통합의 ‘반격 카드’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208만6127표를 얻어 205만 9715표를 획득한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고작 0.6% 앞섰다. 경기도지사 선거전에서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227만1426표를 얻어 야권통합후보 유시민 후보의 207만9846료 보다 4.4%로 당락을 갈랐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51.08%의 득표로 46.56%를 얻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눌렀다. 민주당 최후보가 한나라당 엄 후보를 4.52%차로 앞섰다. 이제 득표율 차 3~5%로 당락이 결정되는 피마르는 선거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쟁점은 여야를 막론하고 박 전 대표의 선거전 참여여부다. 근소한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현대선거의 특성상 박 전 대표의 그야말로 3%의 ‘약발’이 먹힐지 안먹힐지 관심사다.

/안병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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