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를 대표한 박원순 변호사가 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양자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서고 있는 박 후보의 ‘굳히기’와 나 후보의 ‘뒤집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후보는 양자대결 확정 후 첫날인 4일부터 주요 정책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각각 필승결의와 함께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표를 얻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내 최대 주주이자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을 사실상 이끌어내며 단일화 바람 차단에 나섰다. 범야권은 통합선대위 발족을 서두르며 단일화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나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야권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안철수 바람’은 정치권의 성찰을 요구하는 바람이었지만, 경선이 이어지고 박원순 후보로 정해지면서 사실상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나 의원의 단일화 비판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소통부재를 극복해 달라는 분명한 요구가 있었다”면서 “이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시민사회가 (의견)일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결코 거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여야 지도부도 나 후보, 박 후보 지원을 위한 총력전을 전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2001∼2010년 아름다운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한 액수가 수백억원에 달하고, 그 수백억원이 어떻게 쓰였는지가 앞으로 검증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현 정권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도덕불감증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 불이 당겨졌다. 야권단일 후보 경선방식은 서울시장 보선 결과에 따라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통합을 차기 대선 승리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경선패배로 자존심에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당내 경선 불발로 범여권 또는 보수세력 통합의 명분을 살리지 못한 한나라당은 야권통합에 맞설 수 있는 대응카드를 고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서울시장 보선정국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환골탈태를 주문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두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지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