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도입 수요국과 국제기구의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를 철저히 분석해 장기적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디지털 한류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전자정부(e-Government)’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정부는 지난해 UN의 전자정부평가 1위에 이어 올해 UN 공공행정상 1위를 달성했으며, 이에 한국 전자정부를 벤치마킹하려는 국제적 움직임이 활발하다. 관세청은 이와 같은 한국형 전자정부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20여년에 걸쳐 자체 개발한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을 2005년 도미니카공화국에 2천850만 달러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과테말라, 에콰도르, 탄자니아 등 8개국에 약 7천만 달러 상당을 수출했다.

UNIPASS의 기술적 경쟁력은 국제공인기관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ISO 20000, ISO10002 인증을 시작으로, 2009년 World Bank 수출입통관분야 경쟁력 평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World Bank의 ‘Doing Business 2010’ 보고서는 ‘한국은 UNIPASS를 기반으로 매년 20억 달러를 절약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한국 전자행정시스템이 국제시장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신흥개발국 정책결정자들이 한국의 성장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시스템 도입은 물론 프로세스의 혁신 노하우까지도 함께 배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국 전자통관시스템에 관심을 갖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신흥 개발도상국들로서 관세수입 비중이 높으면서 불안정한 행정문화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전자정부 수출을 위해서는 사업기회 발굴에서부터 시스템 구축,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현지의 행정문화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행정문화의 설계에 적절히 반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전자통관시스템 수출은 한국 IT기업의 해외진출, 통상애로 해소, 국제사회에서 친한파 조성 등 실질적 효과 극대화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국가에서 시스템 도입을 희망하지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국가별로 요구하는 시스템 모듈·사양도 천차만별이므로 수입국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전략(Customizing)이 매우 중요하다. 자금조달에 있어서도 일부는 수입국 자체부담, 일부는 EDCF, KOICA 등 우리나라 원조자금을 활용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통관원활화 부문의 국제 원조자금 규모는 연간 약 1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며, World Bank, IADB(중남미개발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이 주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체 예산 투입이 부담스러운 개도국 정부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내 원조자금 뿐 아니라 국제기구의 투자자금을 이용하는 것이 향후 UNIPASS 수출의 주요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전자통관시스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여 국제기구의 적극적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전자통관시스템 수출 후의 성과평가(Impact Evaluation)도 매우 중요하다.

전자통관시스템 구축을 통해 통관소요시간은 얼마나 단축됐는지, 법규준수도는 얼마나 높아졌는지, 세수는 얼마나 증대됐는지 등 합리적 평가요소에 기초한 객관적 정보수집과 성과평가가 필요하다. 이는 시스템 수입국의 만족도와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고 향후 수출사업의 계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 전자통관시스템을 포함한 한국형 전자정부의 수출은 당분간 성장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 도입 수요국과 국제기구의 많은 박수와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 우리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를 철저히 분석해 장기적인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혁신경험과 정보기술력 등 우리만의 독특한 경쟁력을 부각시키되 양적 확장과 질적 향상의 적절한 조화점을 찾는 것이 전자정부 한류를 꾸준히 이어나갈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주영섭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