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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낙엽

가을 들산을 온통 채색하는 단풍을 보는 즐거움이 상쾌하다면 낙엽은 또 다른 풍광을 만들어 인생을 관조하게 한다.

과학의 눈으로 낙엽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나무에서 떨어진 마른 나뭇잎에 불과하다. 하지만 낙엽에는 나무를 살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자연의 섭리가 담겨 있다면 어떨까.

물을 주식으로 하는 나무는 가을이 깊어 가면서 기온이 떨어지면 뿌리를 통해 흡수하는 물보다 빠져나가는 물이 많아 생장을 할 수가 없다. 이 경우 나무는 자신의 잎을 낙엽으로 만들어 떨어트림으로써 생명의 근원인 물을 아끼는 보신책을 쓰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낙엽은 자신을 죽여 자신의 모태인 나무를 지켜내는 성스러운 희생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낙엽의 속살보다는 낙엽이 주는 외모에 더욱 마음을 빼앗긴다. 가을의 이 시기, 어느 찻집 혹은 우연히 돌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브 몽땅의 ‘고엽’은 마음 어느 한 구석에 숨어있던 추억을 깨운다. 그리곤 한참이나 그 시절, 그 사람들과 시간여행을 하게 한다. 어느 가수의 넋두리처럼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이미 굳은살이 박힌 추억속 상처조차 아름다움으로 변화시키는 마력이 낙엽에게는 있다. 이브 몽땅은 고엽에서 ‘그 시절의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고 태양은 더 뜨겁게 우리를 비추었다’며 우리의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해 달라고 노래했다.

하지만 빛나던 시절의 사실과 상관없이 어느덧 세월의 힘이 모든 것을 용서하고,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꾸어 놓았다.

이효석은 타들어가는 낙엽에서 갓 볶아낸 커피의 향기가 난다고 했다. 사실 가을과 낙엽, 커피 향만큼 어우러지는 앙상블도 드물 것이다. 다시 찾아온 가을을 통해 시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낙엽을 통해 조락의 시간에 대한 순종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짙은 커피 한 잔에는 희노애락에 물든 나를, 스스로 용서하게 하는 너그러움이 담겨 있다.

단풍 소식에 전국의 산들이 몸살을 앓더니 이제 절정이 지나고 있다. 그 한편으로 추운 겨울이 예고되고 낙엽이 거리를 뒹굴며 우리내 마음에 감사의 씨앗을 심는다. 모든 것이 고맙고, 모든 사람이 고맙고, 모든 세상이 아름답다.

낙엽 따라 가을이 가고 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 문학상 수상 ▲(現)가평 문협 사무국장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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