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가장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4억원의 도박 빚이 늘어나면서 40대 남성이 아내를 숨지게 하고 이틀 뒤 14살 난 아들까지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매출액이 수천억이 넘는 시내 유명호텔이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국내 고객을 몰래 입장시키고, 해외영주권까지 위조한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육군 중위로 제대한 박 씨는 강원랜드를 출입하면서 18억 원을 잃자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제한을 요구하며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박 씨는 검찰조사에서 강원랜드 지분의 51%가 공공지분이고 사장도 정부가 임명하는 만큼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박중독이란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도박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행하게 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은 도박을 경험하게 된다. 가장 흔한 도박의 예로 경마, 로또, 카지노, 인터넷 등을 들 수 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고, 여기에다 카지노 같은 사행성 오락 문화가 들어오면서 도박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도박을 놀이가 아니라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도박 중독을 낳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무제한으로 돈을 걸 수 있는 불법 인터넷 경륜과 경정 사이트 400곳이 영업을 하며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은 도박은 술이나 마약처럼 중독될 수 있다는 인식과 홍보도 필요하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법적인 규제가 있음에도 도박 판돈을 한번에 6천만 원으로 무려 6배나 올린 사례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행심을 부추기면서 도박 매출이 연간 1조1천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준공기업적 성격의 기업이 사후관리는커녕 사행조장에 앞장서서 행하는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과 제규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강원랜드 주변에서 지난 10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39명에 이른다. 대박을 쫓다 쪽박을 차고 카지노를 전전하는 카지노 노숙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초점 잃은 눈동자로 단 한번 배팅은 곧 대박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한국 사회는 도박공화국이라고 말할 만큼 도박이 아주 심각하다. 사감위가 외부에 의뢰한 자료에 의하면 실제 도박 중독자 수가 성인 인구의 9.3%에 해당하는 320여만 명이며, 국내 전체 레저시장에서 사행성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1.3%나 된다. 실제 영국 등 외국에 비해 5배나 높은 상황으로 특히 전체 성인의 1.7%에 해당하는 50만 명은 시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도박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도박중독을 예방하고 중독자를 상담치료해야 할 상담센터와 인력이 태부족하고 예산도 미미하다. 반면에 사행사업체들이 도박중독예방치유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2010년 통계로 약 190억 원으로, 사행사업체 순매출에서 약 0.3%를 차지한다.
그러나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는 도박치유비용이 순매출의 2% 이상이다. 2010년 사행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사행산업의 매출액은 17조에 이른다.
특히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에 참여한 연간 이용객수는 3천735만명으로 전체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한꺼번에 돈을 벌려고 하는 일확천금심리가 사회에 확산돼 있다. 이런 실태를 반영하듯 사행산업기관의 매출은 지난 10년 사이 4배나 뛰었다. 도박중독의 원인은 사회적으로 도박산업이 발달하고 경쟁주의와 한탕주의, 자본만능주의, 심리적 불안감, 낮은 자아 존중감, 우울 등을 들 수 있다.
도박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독자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도박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도박중독 폐해 해소를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도박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과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나, 도박중독 치료나 예방 지원 체계의 기반구축이 필요하다. 중독을 극복하려면 사행산업체들의 관리와 에방을 위한 시설의 네트워크, 상담과 지원 그리고 정부의 관리감독에 따른 규제와 시민단체 및 위원회가 참여하는 통합적인 관리와 운영시스템의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 도박시설 증가로 도박문제는 날로 커져가고 있는 데도 그 대처방법은 항상 제자리걸음이라 안타깝다.
도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족과 사회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국가는 돈벌이에 급급해 우리사회에 사행성을 부추기는 복마전이라는 낙인과 비판을 면하려면 보다 현실적인 지도감독과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동시에 도박중독자의 발굴과 치료 및 관리예방과 사회복귀를 위한 원스탑네트워트 관리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김경우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