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충돌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내에서 절충안 타협 처리를 주장하는 온건론이 확산되면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에 대한 재협상 약속없이 비준안 처리는 불가하다는 ‘강경론’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최대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온건론’이 확산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의회의 요구, 이익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했다”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얼마나 논의했다고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밀어붙이려 하나”라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한미FTA에 반대한다고 반미 친북주의자로 모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ISD 재협상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 ISD 폐기에 대한 논의없이는 비준을 허용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강봉균·김성곤·최인기·김동철 의원 등을 중심으로 45명의 의원들이 ‘FTA 선비준, 후 ISD협의’라는 절충안을 내걸고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지 말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 의원은 서명운동까지 전개하며 당론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은 “정부가 밝힌 피해산업 보전대책을 무용화하지 않으려면 협상을 통해 비준안 처리를 마무리 짓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라며 “양국이 협상의지를 확인한다면 물리적으로 막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최대한 많은 의원에게 서명을 받아서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정하고 이 방안을 한나라당과 정부에 공식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지도부도 전향적인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데다 일부 명단이 공개되면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도 역력하다.
실제로 온건론을 주도하고 있는 상당수 의원은 연락을 두절한 채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