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가 빨래를 정리하고 있는 내게 이어폰을 꽂아주고 폰의 영상을 되돌려 보여준다. 작년에 ‘슈퍼스타K2’에서 1등 했던 허각이 ‘멍에’를 부르는데, 관중도 가수 김수희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도 가슴 속의 무언가가 툭 터지는 듯한 감동에 빠져들었다.
아이들끼리 컴퓨터 스크린 앞에서 자기들만의 구별된 시간을 갖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별수 없이 견뎌야 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가 하고 자녀들과의 대화 없는 시간에 익숙해 버렸다. 그러던 때 작년 가을 어느 때부터 금요일 밤 11시에 모두 모이게 됐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일명 ‘슈스케’라는 프로 때문이다. 전국은 물론 해외 모든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노래와 춤으로 스타가 되기 위해 모이는 많은 이들의 오디션 광경은 그들의 순수함과 진지함과는 달리 폭소를 자아내기도 연민을 느끼게도 하며, 별난 사람들의 진풍경을 보는 재미를 줬다.
그러나 전문음악인이며 심사위원들이 주옥같이 골라낸 10위권 안에 든 가수들은 그들의 열정과 끼와 노력과 애환이 어울려진 작은 스타들이었다. 매주마다 새로운 미션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발전시켜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드라마를 보는 듯한 설렘과 기대를 놓고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그들의 무대는 물론 사소한 말과 행동 또는 사적 생활까지 네티즌의 관심사가 되고 점수반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나도 매번 내 맘에 드는 사람을 문자로 투표했다.
올해는 더욱 그 방송적인 규모와 무대의 질이 훨씬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상금과 혜택, 가수로서의 활동을 의미하는 꿈의 장이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방송계는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대중에게 새로운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키는 흐름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요즘 TV를 주도한 음악 프로는 대부분 금속성 섞인 기계음속에 알아 듣기 힘든 가사들, 인형처럼 예쁘거나 몸을 드러내며 격정적으로 춤추는 아이들로 이뤄져 듣기 보단 보여주는 무대와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슈스케’를 통해 대중은 노래 잘 부르고 순수한 그들에게 기성 프로 가수 이상으로 사랑을 주고 있는 것이다.
난 그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끝내 음악으로 승화한 아름다운 영혼을 사랑한다. 이미 가수가 된 허각, 그의 단신과 지난 불우한 가정환경은 더 이상 그를 지배하지 않는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힘, 꿈을 향한 도전과 노력이 그를 영혼을 울리는 가수로 만들었다. 또 올해 첫 출연부터 아마추어 이상의 찬사를 받은 ‘울랄라 세션’그룹은 말기 위암 선고를 받은 멤버가 있음에도 죽음을 이길 듯한 열정으로 목청껏 춤과 노래를 했으며, 젊은 층의 팬을 사로잡은 ‘버스커 버스커’밴드의 리더인 장범준은 갑상선 수술을 하면 보험금이 나오니 그것으로 아들 대학등록금을 낼 수 있다고 기뻐하는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을 기억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지난주로 막을 내린 ‘슈퍼스타K3’. 올해도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단한 일주일을 마감하고 아이들과 의견분분하며 이 시간을 기다리고 기대했다. 우리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살 것 같은 아이들이었지만, 순수한 감성과 꿈과 열정과 노력에는 함께 박수를 보낸 소통의 시간이었다.
/손유미 시인·수필가
▲문학세계 시부문 등단 ▲경기 수필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