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에 나선 22일 오후 4시5분께,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노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의원들은 매캐한 냄새에 콜록거리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 단상 아래에 미리 놓아둔 가방에서 최루탄을 꺼내 뇌관 줄을 잡아당긴 것이라고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이 전했다.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이 터진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18대 국회가 ‘최루탄 국회’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는 순간이었다.
18대 국회는 임기 첫 해인 2008년부터 ‘난장판 국회’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해 연말 한미FTA 비준안 처리과정에서는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가 등장했다. 전기톱과 해머로 회의장의 문고리 등을 자르고 부수는 사진과 영상은 전세계에 퍼졌고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했다.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처리와 그동안 3차례의 예산안 처리 때마다 회의장 점거, 강행 처리, 고성, 몸싸움이 반복됐다.
국회 경위가 동원되는 질서유지권도 예사로 발동됐다.
미디어법을 놓고 대치하던 여야는 동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웃지못할 촌극을 벌였고, 작년 말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당시에는 여야 의원들이 주먹을 주고받는 난투극도 벌어졌다.
한바탕 난장판을 벌인 뒤 어김없이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는 어색한 상황이 반복됐다.
폭력과 파행, 몸싸움과 난투극의 고질병이 되풀이되면서 정치 혐오증도 커지고 있다.
의회정치와 정당정치가 실종되면서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회오리가 정치권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