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조숙증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성조숙증은 일반적으로 여아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시작될 경우,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시작되는 경우로 정의된다. 원인은 중추 신경계 이상이나 감염 등이 있고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환경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사춘기를 빨라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성조숙증이 나타나게 되면 2차 성징이 나타나 신체의 변화가 오게 되고 성장 속도가 빨라지며 여드름이 나거나 이성에 호기심을 갖기도 한다. 예전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경제적인 풍요, 식습관의 변화, 생활 패턴의 변화 등으로 전반적으로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성조숙증은 이러한 평균적인 사춘기 시기보다 훨씬 빨리 사춘기가 나타나고 그 기간도 더 짧게 끝나는 경향이 있다.
성조숙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신적인 발달과 맞지 않게 신체적인 발달이 빨리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아는 초경을 일찍 경험하게 되고 남아는 반항적이고 공격적이 되는 등 아이나 부모에게 심리적, 정신적인 충격과 부담을 안겨주고 또한 사춘기가 일찍 끝남으로 인해 성장판이 빨리 닫혀 결국 최종적인 성인키는 예상키 보다 훨씬 작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 남자 아이는 원래 기대했던 키에서 최대 20㎝, 여자아이의 경우 12㎝까지도 작아질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서 키에 대한 열망과 부모의 지나친 걱정이나 기대로 인해 성조숙증의 진단이나 치료가 잘못 이뤄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한 사례로 지은(가명)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외래로 온 환자였다. 키가 작아 왔다는 엄마의 말에 지은이의 신체를 검진했을 때 이미 유방 발달이 사춘기 마지막 단계에 와 있었고 초경은 재작년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키는 149㎝였지만 이미 성장은 거의 다 끝난 상태였다. 유방 발달이 시작됐을 때 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어 ‘왜 그때 안 오셨냐’ 물으니 한의원에서 한약으로 치료를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별다른 호전이 없었고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소아청소년과로 오게 된 것. 그러나 이런 경우 이미 초경이 시작됐고 골연령도 자기 나이에 비해 많이 빨라져 있어 치료를 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대부분 원인 질환이 없지만 남아에서 생기는 경우 뇌종양 등의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한다. 그러나 남자 아이의 경우 부모가 고환이 커지는 것을 판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최근 키나 몸무게가 부쩍 늘었을 경우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성조숙증 진단은 신체 검진을 통해 사춘기 발달정도를 알아보고 왼쪽 손목 방사선 사진으로 골연령(뼈나이)이 자기 나이에 비해 앞서 있는 지를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진단이 되면 원인을 찾기 위해 뇌 MRI 검사가 필요하다. 치료는 4주에 한번 주사를 통해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재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성조숙증이 일단 의심이 되는 경우 의사의 진찰을 받고 향후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요구된다.
또 인터넷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듣고 한약을 먹인다거나 음식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약이나 특정 음식이 사춘기를 억제한다거나 빠르게 한다는 정확한 연구가 없다. 따라서 성장기인 아이들에게 영양분이 골고루 담긴 음식을 충분히 먹임으로써 적절한 열량 섭취 및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고 특정 음식을 배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꾸준하고 적당한 운동은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비만은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고 성인병의 원인이 되므로 어릴 때부터 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겠다.
/오연정 삼육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