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진로를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측과 쇄신파 사이의 갈등이 13일 ‘탈당 내분’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 쇄신파를 대표해온 서울 초선의 정태근(성북갑), 김성식(관악갑) 의원은 ‘재창당을 통한 신당 창당’ 주장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 다수의 반발에 부딪히자 전격적인 ‘탈당’을 택했다.
이로써 전날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이 모아진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가 출발 전부터 상처를 입게 됐다. 정·김 의원의 이날 행동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총선 위기감’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의 쇄신파들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격랑에 빠진 당의 완전한 쇄신을 요구했고,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 홍준표 체제를 5개월만에 하차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여권내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일정을 앞당겨 5년5개월만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쇄신파들의 이러한 긴박했던 움직임은 ‘총선 위기감’이 촉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민심이 이명박(MB) 정권에 등을 돌리는 상황을 맞은 가운데 리모델링 수준의 여권 쇄신으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전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의원들을 무겁게 짓눌렀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 패배와 최근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태에 대한 당의 대응 등은 이런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특히 두 사람 외 다른 의원들도 ‘탈당서’를 써놓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탈당 도미노’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칫 여권 권력지형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쇄신파들은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재창당’을 거부하고 비대위를 통한 쇄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판단했고, 수도권 공멸의 위기감을 이기지 못해 탈당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당의 주류인 친박계 인사들의 다수는 ‘재창당’이 여권에 혼란을 가져오고 박 전 대표가 창당 등의 과정에서 리더십의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공천권 등 전권을 갖고 총선까지 당을 진두지휘하는 ‘프리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친박계 입장이다.
이제 관심은 박 전 대표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탈당 내분 사태에도 불구하고 당장 비대위원장으로 나서 ‘구당’ 작업에 나설지, 사태를 좀 더 지켜볼지 갈림길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