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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결혼이주여성 ‘일’의 의미

 

우리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혼인귀화자를 포함한 결혼이주여성의 수는 2007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11만1천834명으로 나타났고, 다음해인 2008년 12만7천683명, 2009년 14만9천853명, 그리고 2010년에는 16만1천99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결혼이주여성의 수가 증가하고 결혼이주가 안정적으로 증가할수록 결혼이주자의 한국사회 통합의 주요한 지표라 할 수 있는 취업과 관련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취업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많은 조사에서 결혼이주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대로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고, 이에 반해 미취업 상태인 결혼이주여성의 향후 취업희망 비율은 70%이상 수준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관련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결혼이주여성의 대다수인 약 75%가 한국에 오기 전에 취업한 경험이 있다. 본국에서의 취업률이 현재의 취업률의 두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이민의 결과 본국에서 취득한 학위나 자격증 등이 한국에서 거의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출산·육아·가사 등에 종사하느라 일자리를 구하러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자리를 찾게 될 것이고, 한국어 능력 등을 갖추게 되면 더욱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취업하고자 할 것임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다소 특수한 집단일 수 있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일을 통해 경제적인 안정을 찾는 것만이 결혼이주여성이 일하는 목적일까? 필자는 관련연구를 수행하면서 여러 가지 결혼이주여성의 케이스를 통해 결혼이주여성에게 일이란 무언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결혼이주여성이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것은 비단 결혼이주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많은 일하는 여성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경제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결혼이주여성의 일의 의미를 알아보았다. 기본적으로는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일을 찾지만, 때로는 일이 자신감 있는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가족관계 형성에 있어 윤활유가 되기도 했다. 즉 가족 내에서 자녀들에게 일하는 어머니로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피부색이 다른 어머니와 자녀간에 생길 수 있는 부모-자녀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례를 보았다. 필자가 만난 기관실무자가 들려준 K지역의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유사한 사례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있어 일이 자신감 회복과 가족유대를 의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례속의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은 자녀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 부모-자녀 갈등이 시작됐다. 아들이 피부색이 다른 어머니를 학교에 오지 못하게 했고 창피하게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소개시키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본국에서 영어를 했던 경험을 살려 영어강사 일을 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분이 당당히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아들의 의식도 바꿔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일하는 엄마로서의 자신, 영어선생님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아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말이 아들에게 와 닿았는지 이후로는 자녀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가정생활도 원만해 졌다고 한다. 이 분은 자기와 같은 처지의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한국어교실에 나와 다른 여성들에게 자기의 사례를 더듬더듬 한국어로 말해줬다고 한다.

물론 이런 사례는 우리사회의 영어교육 붐과 필리핀 여성이 가진 인적자본의 결합이 이루어진 경우로 모든 결혼이주여성이 이 같이 직업지위가 높은 직종에 취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재능과 기술을 연마하고 역량을 발휘한다면 취업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