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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 두 여성 정치대표, 권력보다 신뢰받는 지도자 되길

 

지난 17일 국회 본청 2층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실에 취재진 100여명이 몰린 가운데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들어섰다.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최강자이고, 한 대표도 이틀 전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한국 현대사에서 완전히 상반된 길을 걸어온 두 여성이 집권당과 제1 야당의 당수로 만난 것이다.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갖춘 여야대표가 모두 여성인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두 사람은 살아온 경로가 완전히 달랐다. 박 위원장은 1975년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저격범 문세광의 총격으로 숨지면서 23세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시작했고, 한 대표는 1970년대 부부가 감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그 날 두 사람은 여성 대표로서의 동질감도 표현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같이 힘을 합해 여성들이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가장 후진적인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자고 했다.

남여사상에 대한 역사적 전통은 고귀한 우리의 삶의 숨결이다. 그러나 과거의 것들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로서 전통은 미래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만 보더라도 남존여비사상이나 가부장제, 형식적인 유교적 관습이나 관례처럼 현대사회에서 용납하지 못하고 버려야 할 것이 있는 반면 공동체 문화나 약자들에 대한 배려처럼 지켜나가야 할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정하기 위한 부정처럼 어느 한 방향으로만 개혁과 변화를 주장하게 되면 우리 정치문화는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할 것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는 것처럼 사회는 분명 변화하고 있고, 전통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나 시대에 따라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고려해 발전시키기 위한 합의와 공감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조건 나이나 지위, 권력, 전관예우, 기득권을 들먹여 현대사회에 적절하지 못한 불공평한 행동으로 넘겨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가부장적 요소가 아직도 남아 있는 한국은 여성 지도층 비율이 아직 낮아 기회와 형평성으로 잃어버리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난 것이다.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고위직 리더들의 성평등 의식 고취, 일에서의 남녀평등, 보건·안전·복지를 모든 남녀에게 보장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초석이요, 국민의 신뢰감을 가져다주는 동인이 된다. 의사결정이 가능한 고위직에서 여성이 3명 이상이 되면 투자수익률이 30%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은 여성지표에서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누가 지도자가 되든 간에 예전과 같은 카리스마적 지도력은 점점 사라져 가고 전인성과 진실한 성품을 겸비한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돼 가고 있다.

진실성이 결여된 지도자의 삶과 능력은 당연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사회의 지도자가 천박하고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간주되면 전체의 조직은 얼마가지 않아 와해돼 버릴 것이다. 국민들은 그들의 지도자가 정말 신뢰할만한 자라는 생각이 들 때 자신들이 그 국가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헌신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느끼게 되며, 조직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반면 지도자에게 신뢰가 없으면 구성원들은 의기가 소침하고 모든 일에 냉소적이게 된다.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신뢰성은 권위나 혹은 권력보다 더 중요하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지도자가 비전과 능력만 있고 신뢰성이 없으면 전체의 선을 위한 자리에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채우는데 능력을 사용해 자신만을 위한 지도자로 남게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신뢰성을 얻는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를 이룰 때 얻어진다. 이제 한국의 두 여성지도자는 국민들이 지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믿음을 주어야 하며 지도자에게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 외관관의 다이아 스캔들과 정치 돈봉투 등 지도자의 윤리성을 국민들이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 큰 정치를 바란다.

/김경우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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