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면 수백 마리의 왜가리와 백로 등이 찾는 집단 서식지로 알려지면서 30여년 전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화성시 온석동 일대 산림이 무더기 훼손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당국은 주민이 신고할 때까지 무단 벌목 사실도 모른 채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섰으나 처벌조항이 미흡하다며 행정조치를 미뤄 빈축을 사고 있다.
11일 주민들에 따르면 화성시 온석동 산 99번지 일대 야생동식물 보호구역 1만6천829㎡ 가운데 6천483㎡의 산림과 산지가 최근 훼손됐다.
이곳에 자라던 수십년된 소나무를 비롯해 상수리, 왜가리나무 등 수백그루가 한꺼번에 베어져 나가 울창했던 숲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확인 결과 토지주가 허가도 없이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하고 토목공사까지 완료한 상태다.
특히 이곳은 왜가리와 백로가 집단 서식하는 장소로 지난 1980년 경기도가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영구 지정하고 개발 등 모든 행위를 제한한 곳이다.
현장을 신고한 김모씨는 “처음에는 토지주가 조림허가를 받아서 벌목 작업을 한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동식물보호구역에 장비까지 동원해 산림을 훼손시킨 것을 보고 시에 신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는 주민신고로 무단벌목 사실을 알고도 뒤늦게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해 단속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주민들은 “시의 산림훼손 단속은 주민들의 신고나 민원제기 등에 의존하고 있을 뿐 사전단속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며 “매년 3월이면 봄의 전령사로 찾아오던 수백 마리의 왜가리와 백로떼가 장관을 이루던 모습은 이젠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보호구역은 공익용 산지로 산지 법상 처벌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지 처벌을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원인자를 불러 조사를 해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즉시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