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이동수단인 걷기 열풍이 뜨겁다. 걸으며 행복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러 찾아서 걷기를 즐기는 ‘걷기 인구’도 1천만명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이토록 걷기 좋아하는 사람도 운전대를 잡으면 보행자가 빨리 비켜주길 바라는 사람이 된다. 걸을 때 자동차의 성급함에 났던 짜증은 온 데 간 데 없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가 너무 빨리 많이 늘어났다. 교통정책은 당연히 자동차통행 위주로 발전했고 보행환경 개선은 후순위로 뒤쳐졌다. 최근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 즉 ‘보행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행권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오는 8월이 되면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 법은 지금까지의 자동차 중심 도로환경정책을 보행자 우선 원칙으로 바꾸는 것으로 보행자의 편의와 안전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통행에 방해가 되는 불법광고물이나 노상적치물의 정비를 의무화하고 차도와 인도를 구분한다.
아울러 택지개발이나 신도시 조성 등 공사 시 개발자는 보행자 안전통로 확보, 안내표지판 설치 등 안전시설을 우선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골목길이나 우범지역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보안등과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인도 위에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가로등이나 교통신호등, 도로표지판 등 각종 공공시설물도 지금처럼 각 기관별로 각자 세우지 않고 통합설치위원회를 구성해 일괄 정비하도록 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법률은 허상에 불과하다. 10년 전 각 지자체가 앞을 다퉈 제정했다가 유행지난 옷처럼 퇴색해버린 보행권 조례의 실패 경험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도록 쾌적하게 조성된 거리를 자유롭게 누비며 보행자가 행복하게 걷는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보행권 확보를 위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최호균 경기도청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