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민간인 불법사찰을 둘러싸고 상대방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기 위한 사생결단식 폭로전으로 치닷고 있다. 청와대는 2일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정치인 10여 명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였고 불법계좌 추적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고 민주통합당은 불법사찰 관련자들이 청와대를 총 195회 출입했다면서 이번 사건의 몸통이 민정수석실 윗선임이 분명하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또 박정희 시대의 사찰 유령이 떠돈다며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겨냥했고, 새누리당은 노무현 이명박 두 정부의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특검수사를 촉구하는 것으로 역공을 가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의 실체 규명이란 본질은 제쳐놓은 채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정략만이 엿보인다. 이처럼 추한 정치공방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못해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가장 시급한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방식을 놓고도 정치공방만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민주당은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한다. 특검 구성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검찰을 불신하는 민주당이 관례상 현직 고검장이 본부장을 맡는 특별수사본부를 주장하는 것이다. 진실규명보다 총선 호재로 최대한 활용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가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다. 권 장관은 불법사찰 의혹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법무장관으로 있는 한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추한 공방으로 변질했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의 본질이 흐려져선 안 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현 정권에서 대통령의 출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영포(영일·포항)라인’에 의해 민간인 불법사찰이 주도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니 공직기강을 감시해야 하는 총리실 공직윤리팀을 정권보위를 위해 사조직처럼 부렸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진실 규명을 위해 성역없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수사가 제대로 진척될 수 있다. 국민은 대통령의 신속한 입장표명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3일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 규명을 위해 4·11 총선이 끝난 뒤 즉각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것을 요구했다. 새누리당도 이날 민주통합당이 요구한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 청문회에 대해 “특검으로 모든 사실 관계를 낱낱이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