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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알려진 대로 영국의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묘지에 세워진 비문(碑文)이다. 소설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라는 짧은 글로 스스로 자신의 생애를 마감하는 감회를 표현했다. 소설 ‘적과 흑’으로 유명한 스탕달은 “살았다, 썼다, 사랑했다”는 짧은 글로 자신의 삶을 요약했다. 인생의 허무함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이탈리아 극작가 존 게이다. 그의 묘비명에는 “인생은 농담이야.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죽어서야 알겠구나”하고 탄식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고 한 소설가 모파상의 묘비명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밑천과 수입을 모두 탕진하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노라”라고 노래한 시인 장 드 라퐁테의 묘비명이 이어지면 묘비명으로 인생수업이 가능할 정도다. 인생을 거침없이 살았던 걸레스님 중광의 묘비명은 더욱 해학적인데 “괜히 왔다 간다”고 설파했다.

삶에 대한 미련, 아쉬움, 허무함, 체념에 가까운 달관이 교차하는 묘비명도 그득하다. 시인 조병화는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라는 구도자적 묘비명을 새겼다. 세속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그림값으로 더욱 유명한 서양화가 박수근은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라며 생을 달리했다.

자신의 인생을 압축한 묘비명 가운데는 낙관적 예측을 기반으로 미국의 전성기를 열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옳은 일은 언제나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묘비명도 수작이다. 평생 어린이를 위해 살았던 소파 방정환은 “동심여선(童心如仙)”이라고 새겼는데 이는 ‘아이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뜻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영원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의 축약을 묘비명으로 대신했다. 아직도 추모열기가 식지 않은 우리사회의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은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라며 종교인으로서 영성과 함께 평생 최선을 다해 달음박질한 삶의 자신감이 배어있다.

요즘, 인생을 관조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사람들은 자신의 묘비명을 스스로 적어본다고 한다. 자신의 묘비명을 적노라면 오늘 하루를 허투루 살수 없음을 깨달으리라.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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