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허정무 감독(57)이 11일 광주FC와 홈 경기를 마친 뒤 전격 사퇴했다.
허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퇴임 사실을 경기가 끝난 후 알리려 했으나 먼저 알려져 선수들과 축구 관계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라며 “처음에 시민구단 감독으로서 희망을 갖고 부임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부진 등으로 인해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고 한달 전 인천시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이어 “퇴임 후 재충전과 휴식을 위해 앞으로 다가올 유럽선수권대회를 직접 가서보며 견문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힌 뒤 “소통의 부재로 팬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반목을 받게 된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좋은 성적을 못 내고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또 “시민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의 협조 뿐”이라며 “현재 인천시 조례에는 시에서 직접 지원을 못하게 돼 있어 시장이 바뀔 때마다 구단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린 허 감독은 그해 8월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적 부진, 서포터스와 갈등, 구단 재정난 등 많은 악재가 겹치면서 1년9개월만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 사퇴사 전문
다음은 허정무 감독이 직접 작성한 사퇴사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허정무 입니다.
갑작스럽게.. 사임 소식을 전해드려..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항구도시이자 세계적 규모의 국제 공항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안 게임을 유치한 도시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곳 인천에 제가 몸담게 되어 늘 자랑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저는 오늘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감독으로서 매 경기 좋은 성적을 거두고 명문 클럽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으려 했으나 우리가 원했던 만큼의 성적을 거둘 수 없었던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의 신념은 소통과 화합으로 선수들과의 조화를 꾀하고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소통의 부재로 팬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반목을 받게 된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모두 저의 부덕함 때문에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어그러진 일들을 미처 바르게 맞추지도 못하고 이렇게 손을 놓아 버리게 된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 어려움 속에서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저를 따라준 선수단 여러분, 저의 부임을 축하해주시고 조언과 격려를 아씨지 않으셨던 인천 시민과 팬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드립니다.
또한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함께 땀 흘리며 고생해온 코칭스탭들에게도 감사의 말씀과 송구한 마음 함께 전합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앞으로 새로운 감독과 함께 좋은 경기, 좋은 성적을 거두고 더욱 좋은 축구단으로 발전해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원하겠습니다.
더불어 언제나 자랑스러운 도시 인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다시 한번 감독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저의 입장을 사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