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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무강(萬壽無彊) 새겨 장수 기원 ⑤ 흥선대원군

책은 인간이 만든 문자와 언어, 사상과 기술을 담는 그릇이다. 인류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책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과 문명을 만들었다. 특히 조선시대 5백년은 유교와 문치주의 기풍이 성하였으며, 조선의 선비는 책과 글을 통해 자신을 닦고 나라에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책과 문방사우를 주제로 한 책거리 그림은 호학(好學)과 선비정신, 나아가 인생의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길상화였으므로 사대부는 물론이요, 조선 사람 모두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림이었다.

정조(재위 1776~1800) 시대를 비롯하여 19세기의 기록에 ‘책거리(冊巨里)’와 ‘책가화(冊架畵)’, 그리고 ‘문방도(文房圖)’ 등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오늘날 남아있는 몇 가지 책거리의 양식이 당시부터 공존했을 것으로 본다. 배움과 문기를 추구하는 책거리는 궁중과 상류층, 그리고 선비의 사랑방을 치장하는 장식화에서 출발하여 점차 인생의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민간의 길상화로 확산되었다.

작가를 알 수 없지만 흥선대원군의 사저인 운현궁(雲峴宮)에서 사용했던 책가도는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해석되어 눈길을 끈다.

두 폭 가리개 형식의 책가도로 전체를 4단 책장으로 구획하고 각종 골동 기물과 포갑에 싸인 책을 사실적으로 그려 넣었다. 중간에 서랍을 그렸고 기물과 서책을 번갈아 그리면서 변화를 주었다. 그런데 맨 아래 오른쪽 칸에 들어있는 소라 모양 술잔에 ‘수진보작(壽進寶酌: 오래 살기를 기원하여 드리는 보배 술잔)’이라는 명문이 있어 흥미롭다.

이것은 1865년(고종 2) 석경루(石瓊樓)라는 정자 옆에 살던 사람이 우물을 파다가 나온 동항아리 안에서 ‘수진보작’ 이란 명문이 새겨진 옥잔을 발견하고 궁중에 진상한 일과 관련이 있다. 동항아리의 뚜껑에 쓰인 시로 인해 조정에서는 대원군의 장수를 축원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 책가도의 왼쪽 위에서 두 번째 단의 붉은 합에도 금빛으로 ‘만수무강(萬壽無疆)’을 새겨 이러한 정황을 반영한다.

당시 보위에 오른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고종에게 이런 물건이 진상되어 왕실의 권위가 상당히 올라가게 되었다. 또한 경복궁 중수 공사로 나라가 뒤숭숭하고 민심이 좋지 않을 때 석경루에서 발견된 동항아리와 내용물은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대원군의 장수를 축원하는 의미로 그려진 것 같다. 이 책가도는 4월 30일까지 전시하고 대여처로 반환할 예정이다.

/글 =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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