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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통은 정서다

 

가끔 예전에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전장에 나선 신라 장군은 상대편 백제의 암호를 해독하지 못해 고민을 하고 있다. 암호의 내용은 중요한 대목에서 항상 등장하는 ‘거시기’. 상대편에서 이 말을 무척 많이 사용하고 있고 분명 중요한 군사기밀이 담긴 말인 것은 분명한데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 뜻이 수천가지는 돼 보인다. 그러니 전문가를 동원해도 도저히 그 뜻을 해독하지 못한 것이다.

요즘 사회 각계에서 단연 관심이 되고 있는 사안은 ‘소통’일 것이다. 이러한 소통을 위해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소셜네트워크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나의 문제나 사실이 사회전반에 알려지고 이슈화되는데 한나절, 몇 시간이면 되는 사회가 됐다. 정보의 유통이 엄청나게 빠르고 그에 따라 여론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공직 사회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포천소방서만 하더라도 이러한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서장은 각 센터를 방문하기도 하고 간담회를 갖거나 간부회의의 대상을 더 넓게 한 회의로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과연 사람들의 마음을 서로 연결해주는 소통으로 잘 연결이 될까? 난 그러한 정책들을 추진한다고 소통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나의 방편이 될 수는 있지만. 소통의 수단이 있어야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전제조건으로 있어야할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시기’의 예가 보여준 것은 소통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마음 속에 공통의 정서가 함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신라군은 백제군과의 정서적 공감이 없다. 그렇기에 거시기의 뜻을 알 수가 없다. 반면 오래동안 함께 나고 자란 백제군들은 거시기처럼 편하고 요긴한 말이 없다. 누가 어느 상황에 따라 쓰느냐에 따라 그 뜻이 엄청나게 변하지만 그게 바로 거시기란 것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정서의 공유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소통을 이야기 하면 수단을 먼저 말하는 것은 아마도 표면만을 보는 것과 같다고 보여진다. 소통을 위한 회의를 하기보단 간부와 비간부 직원들이 함께 족구를 함께 하고, 맥주 한잔하면서 수다도 좀 떨고, 당구도 함께 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가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낯설었던 그러한 것들이 어느 사이 우리 소방서에서는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요즘은 아직 소통의 효과라고 할 수 있는 특단의 것은 없으나 조금씩 직원들의 어려움이 쉽게 이야기되고 문제에 대한 조금은 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다. 인사담당인 필자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함께 문제를 고민하자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아마도 정서의 공유가 조금은 늘어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지 이제 몇 개월 안되는 나는 아직 소통의 초보다. 문자로 하는 대화에서 짧은 문장과 이상한 표시 등은 정확히 그 뜻을 모르고 접할 때가 종종 있다. 아마도 그 사람과 족구도 하고, 산도 함께 타면서 몇 마디 이야기를 한다면 그렇게 짧게 보내는 문자라도 정확히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다. 소통의 훌륭한 수단을 통해 빨라지고 대량화되는 것도 물론 아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고 그 전한 마음의 속뜻까지 거시기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함께 족구하고 함께 술 한잔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디지털화된 사회라도 결국 아날로그식 노력, 아날로그식 정서의 공유가 없다면 그냥 전파를 타고 흘러다니는 건조한 단어들만 있게될 것이다. 아무도 풀지 못하는 뜻으로 남은 채. 오늘 나랑 거시기 할 직원들, 호프집으로 모여 함께 거시기하자. 우리 소방서 직원들 몇 명은 이 뜻을 이제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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