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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가족사진

그들은 모두 맨바닥에 누워 있었다

저마다 간격을 두었지만 서로의 핏물이

커튼처럼 그 간격 꼼꼼히 닫아주었다

무엇을 꼭 끌어안은 모습으로 누워있는 여자의

발치엔 아기가 구토물 같이 엎질러져있었다

아파트 베란다마다 얼굴을 가린 여자들의

짧은 비명 소리 같은 엄마!

(엄마, 언제부턴가 모든 엄마는 비명이었다)

깊이 파헤쳐진 무덤처럼 누워있는 여자

얼마나 귀가 찢어질 듯 한 짧은, 엄마인가?

혼자 멀찍이 떨어져 누운 여자의 사내는

여전히 술 냄새를 풍겼으므로

그의 핏물은 거침없이 여자에게로 향했다

이제는 피로써 서로에게 스밀 수 있다는 걸

딱딱하게 굳어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그들은 눈을 감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그들도 이생에서

눈을 뜨고 가족사진을 박는다

- 신기섭 시집 ‘분홍색 흐느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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