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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보는 책거리]⑨ 민화 책거리

소동파의 적벽부 옮겨놓고
봉황 등 신화속 새·동물 가득

 

동강이 흐르는 강원도 영월군은 명승지이고 단종의 무덤인 장릉과 김삿갓묘가 있어 문화관광 콘텐츠가 풍부한 편이다. 2009년에는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내세워 한반도면으로, 김삿갓묘를 앞세워 김삿갓면이라고 관내의 면 이름을 개칭하였다. 동강축제와 단종문화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여러 박물관이 모여 있는 김삿갓면에서는 박물관포럼도 개최한다. 그 박물관 고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조선민화박물관(관장 오석환)에서는 재미있는 민화를 만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하는 민화 책거리이다.

현재 일곱 폭으로 전하는 이 책거리는 각 폭 마다 서안과 서책더미를 공통으로 그렸으며 각기 다른 문방구류와 중국제 도자기, 새, 꽃 등을 그렸다. 원래는 여덟 폭의 병풍이었을 이 책거리는 지금은 각각 액자로 분리되어 있다. 오석환 관장은 이 책거리의 일부인 다섯 폭을 구입했다가 나머지 두 폭의 소장처를 수소문하여 추가 구입하였다고 한다.

화면의 소재를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신화 속의 새와 동물이다. 고위 관료를 상징하는 공작, 신선과 장수의 상징인 학, 천하태평을 상징하는 봉황 등이 쌍으로 나타나며, 책 더미를 휘감고 오르는 용과 두꺼비도 보인다. 용은 수신(水神)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귀신을 제압하는 능력이 있으며, 과거 급제와 함께 제왕을 상징하고 불교에서는 호법신으로도 여겨진다. 두꺼비는 달의 정령이자 집지킴과 재복, 그리고 다산을 상징한다. 그런데 용과 두꺼비를 그린 그림의 짝이 없으니 아마도 이 부분이 결손된 부분이리라.

책과 서안 등 사각형의 물건은 앞이 좁고 뒤가 넓은 역원근법으로 그렸고, 책이나 도자기 면의 문양을 평면적으로 처리하였다. 꽃은 흰색과 붉은 색으로 칠하고, 단정학과 청학, 청룡, 붉은 산호가지 등에서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왼편 두 번째 폭 윗 부분 서찰 겉봉에 “종산 영흥 오찰방(鍾山 永興 吳察訪)”이라 적었다. 종산은 함경도 종성의 옛 이름이다. 영흥은 함경도 관내의 종3품 지방 수령이 관장하는 곳이었으며, 찰방은 조선시대 역마의 종6품 관서장이다. 이 글귀로 그림의 주문자 또는 소유자를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왼편 첫 번째 폭 상단 모서리에 ‘택양(澤陽) 진모(眞模)’라는 관지가 있는데, 택양이라는 호를 쓴 화가가 누군지는 좀더 찾아야 할 일이다. 화면 아래 안경 너머로 펼쳐진 책자에는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가 적혀 있어 당시 문사들의 취향을 알 수 있다.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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