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개구리
주룩주룩 장대비 내리는 날
산길 걷다가
나비를 만나면 슬프다
비 피할 집 없이
어디론가 날아갈 기척도 없이
흠씬 젖어 있는 제비나비를 보면
내 숨겨둔 날개가 젖은 듯
후줄근해진다
주룩주룩 장대비 내리는 날
산길 걷다가
개구리를 만나면 기쁘다
좋아라고 만세 부르듯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무당개구리
번들거리는 초록 피부를 보면
내 살갗도 촉촉이 젖어
생생해진다
-최두석 시집 ‘꽃에게 길을 묻다’ / 문학과 지성사
어디론가 날아가야 할 길은 아직 먼데, 비를 피할 집이 없는 나비를 보는 슬픈 마음과 같은 길 위에서 비를 만나 신이 난 개구리를 보는 기쁜 마음이 대조적이다. 살다보면 나비와 개구리를 보는 일처럼 슬픔과 기쁨이 함께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숨겨둔 '내일'이라는 꿈은 있다. 비 개인 날, 눈 부시게 날아갈 나비와 만세 부르듯 더 멀리 도약할 개구리를 눈 앞에 보는 듯 생생한 시처럼.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