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프로야구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에서도 최대 관심사는 만년 꼴찌 ‘넥센 히어로즈’의 선전이다. 구단의 미미한 지원과 무명선수 위주로 구성된 선수단은 ‘버림받은 외인구단’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변모했다.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팀성적이 8연승을 올리며 팀창단 이후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부상했다. 딱히 변신의 이유도 없다. 오죽하면 김시진 감독조차 호성적을 올리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을까. 이런 넥센의 성공신화는 성적뿐 아니라 라이벌과의 긴장구도를 통해 구름관중을 동원하는 인기팀으로 변모했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넥센은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트윈스와 ‘엘넥라시코’라는 명승부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중이다. 넥센은 지난해 LG와 19번의 맞대결을 펼쳐 연장전을 5번이나 치루는 혈전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19번중 단 1점의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것도 9번에 이르니 팬들이 열광치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선수들도 팽팽한 라이벌의식 속에 매 경기마다 불꽃 투혼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고, 이 같은 허슬플레이는 또다시 팬들을 늘리는 선순환이 되고 있다. 사실 ‘엘넥라시코’는 언론과 팬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대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간 더비 경기인 ‘엘 클라시코(El Clasico)’에서 따왔다. 엘클라시코는 스페인 주류사회를 형성한 마드리드의 최고 축구팀과 스페인에서 분리독립을 원할 정도인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 축구팀간 경기로 열광을 넘어 광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넥센과 LG의 경기도 엘클라시코 못지않게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극적 플레이가 속출하고 팬들의 애정은 충성에 가깝다. 물론 프로야구에는 이미 라이벌전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경기들이 있다. 우선 잠실 야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LG와 두산 베어스간 경기는 잠실 라이벌시리즈로 인기가 높다. 또 최근 호성적을 올리고 있는 인천의 SK와이번즈와 서울팀간 경기는 지하철시리즈로 불린다.
원조 라이벌전인 영호남팀간 경기와 재계 라이벌이자 전자제품 라이벌인 삼성 라이온즈와 LG간 경기도 손꼽히는 라이벌전이다. 하지만 현재 대세는 ‘엘넥라시코’다. 이는 재벌인 모(母)기업의 후원과 수도 서울의 터줏대감으로 엘리트이미지가 강한 LG와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입지전을 쓰고 있는 넥센의 대결이기에 그렇다. 이들 두 팀의 대결은 단순한 라이벌전이 아니라 팬들을 열광시킬 스토리가 숨어있다. ‘제10구단’을 꿈꾸는 수원으로서는 한없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