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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봄, 잔디, 아스팔트

 

어떤 풀도 그가 꽂히는 곳이 세상의 가장자리가 될 것이다. 풀은 귀(耳)가 없지만 녹슬지 않는 생명의 날카로움이 있다. 푸르름이 터질 듯한 6월이지만 신작로 아스팔트에 꽂혀 있는 녹색의 단창(短槍)에서 시인은 생명의 위엄을 본다. 하늘로부터 내리꽂히는 비범한 날을 본다. 그래, 저기 이름 없이 하늘을 향해 꼬리를 들어낸 풀들도 그 입은 결코 뿌리가 아니라 어둠을 찌르는 바늘이 되어, 빛의 자양분으로 어둠을 향해 숨통을 뚫고 있는 것이다. 강퍅한 땅, 심지어 아스팔트 그 견고한 어둠을 뚫는 생명의 신비, 그 힘이 씨알을 통해, 그 몸통인 풀을 통해, 그리고 시인의 노래를 통해, 잊혀진 듯 죽어 살던 나에게도 생명의 혈류를 흐르게 해주었다.



누군가 가장자리에

바늘 꽂고 있다

비와도 녹슬지 않는

귀 없는 연두 바늘.

양끝 팽팽히 당겨 잡고

올려 꽂는 정곡 놀라운 힘!

어느 분의 손끝이 저토록 여물까

검은 피륙

다림질도 반듯하다

- 권자미 시집 ‘지독한 초록’/ 2012년/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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