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성 피부염(Atopic Dermatitis)이 21세기형 질환으로 인류문명을 엄습했다. 더이상 가족내 고민거리로, 알아서 해결해야할 가정 질환으로 방치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있다. 그만큼 ‘아토피 공포’는 손쉽게 우리 생활 가까이에 파고들어 막대한 사회적·경제적·의학적 비용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아토피의 공습’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앞다퉈 ‘아토피와의 전쟁(?)’에 발 벗고 나서 타개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알러지 홍수시대’를 맞아 아토피 잡기에 나선 도내의 주요 실태와 극복해야할 과제 등을 짚어봤다.
발병 원인이 궁금하다. 하지만 뚜렷한 답이 없다. 유전적·환경적 요인, 개인별 면역 이상반응 및 피부보호 장벽의 이상 등이 발병에 작용한다는 의학적 판단에 머물러 있다.
극심한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 습진 등으로 이어지면서 밤잠도 설쳐야 하는 이상의 고통뿐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 사회경제적 비용 ‘2조원+α’ 이상= 아토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도내 아토피성 질환별 1인당 진료비 부담액을 보면 알레르기 비염이 5만7천384원, 천식 13만9천815원, 아토피 피부염 5만8천551원에 달했다.
단순 셈법으로 매년 아토피 환자들이 진료비로 부담하는 비용만 1천801억원 규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보 진료기록을 근거로 추출한 비용이다.
하지만 아토피 예방이나 관리 등 이른바 ‘아토피 관련산업’에 지출하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사정은 확 달라진다. 단순한 사회경제적 비용만 2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 소요비용은 2배 이상을 훨씬 웃돌고 있다. 그나마 추정치에 불과할 뿐, 아직 공식 셈법조차 불투명하다.
■ 도내 아토피 진료환자 200만명시대 돌파
지난 4월, 경기개발연구원 고재경 연구위원은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 기준 도내 아토피성 질환자의 병·의원 진료기록을 따져보니 205만2천명에 달하는 진료환자들이 아토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의 아토피성 질환 진료환자 812만5천명의 25.2%에 차지한다. 아토피 치료를 받은 4명 중 1명이 도내 거주자인 셈이다. 경기도가 아토피 대응에 발벗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도내 아토피 환자는 2003년 150만명에 머물렀다. 그런데 2010년엔 205만명으로 36%나 증가했다. 두드러진 대목은 아토피 환자 가운데 53%에 달하는 109만명이 10대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 ‘아토피없는 경기도’ 박차
도는 지난해 11월 ‘아토피 없는 경기도’를 비전으로 내세워 사실상 ‘아토피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토피 질환의 예방·관리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정책, 취약계층 서비스 강화 등을 목표로 설정해 ‘아토피 없는 경기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아토피 정책포럼을 구성해 아토피 예방과 치유를 위한 정책개발을 시발점으로 삼았다. 아토피 질환에 대한 예방교육·홍보사업, 아토피없는 생활환경 조성, 아토피 질환의 치유거점 조성 등 분야별 추진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 처음으로 분당서울대병원에 ‘경기도 아토피·천식 정보교육센터’와 ‘경기도 아토피클리닉센터’를 설치했다. 만성질환에도 불구, 올바른 치료와 교육이 미흡한 탓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화된 기구 설립이 절실해지면서 첫 결실을 맺었다.
지난 4월엔 ‘아토피없는 경기도 만들기사업 운영지침’이 마련됐다. 예방과 치료법을 체계화하고, 사업 운영방법을 매뉴얼화했다. 도내 일선 시·군에 운영지침이 시달되면서 더 짜임새있게 속도를 내도록 했다.
이는 그동안 아토피사업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환경요인에 대한 체계적인 원인분석도 없이 교육이나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면서 미흡한 원인별 예방·관리나 환아와 부모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를 높이기 위한 필요성 때문이다. 100만명을 웃도는 ‘아토피 어린이’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은 미래를 위한 선투자인 동시에 당장의 과제다.
도와 도교육청, 도의료원도 지난 13일 ‘어린이가 행복한 아토피 예방관리’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3각 동맹’을 맺었다.
우선 도내 5개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3천200여명을 대상으로 전문의 전수 검진을 실시한 뒤, 아토피 질환이 심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알레르기 정밀검사를 나서기로 했다.
도는 아토피 사업의 추진계획 수립 및 협의체 운영, 행·재정적 지원을 맡고, 도교육청은 대상학교 선정과 교사·학생·학부모 대상의 맞춤형 교육, 식단 개선을 맡게 된다. 도의료원은 어린이 아토피질환 검사와 치료를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아토피 대응책이 진일보됐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개념과 활동폭의 확장성이다.
그동안 유별률 조사와 교육·홍보에 국한됐지만, 전문의 전수검사부터 식품환 및 실내외 환경 등 알레르기 유발원인의 정밀검사와 전문의 진단과 관리, 유발원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등 구체적인 질병관리 방안이 담겨있다.
■ ‘아토피 힐링’ 이곳에 답이 있다
아토피 치유센터도 수원과 가평에 문을 연다.
오는 2014년에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지상 3층, 연면적 2천963㎡ 규모로 세워지는 수원 아토피치유센터는 예방 및 상담·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역시 오는 2015년 12월 개관하는 가평군 상면 행현리 일대의 잣나무 숲속에 557만m(170만평) 규모로 문을 여는 ‘환경질환 예방관리센터’에는 아토피 힐링센터, 음식치유센터, 주거체험시설, 치유의 숲으로 꾸며진다. 환경질환에 대한 교육, 건강진단, 생태체험, 연구 활동이 이뤄진다.
또한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에는 기존 주택을 황토방으로 꾸미고 주변에 휴양림과 아토피 안심학교 등을 조성하는 등 아토피 안심마을도 조성된다.
경기농림재단(대표 민기원)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청심국제병원과 함께 가평 연인산도립공원에서 ‘아토피 가족캠프’를 꾸린다. 연인산의 잣나무 군락지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의 치료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농림재단은 이달부터 10월까지 12회 나눠 가족캠프를 운영, 의료검사를 통한 발병원인 찾기와 함께 천연 유기농식단을 이용한 체질별 식이용법, 1대1 맞춤의료상담 등을 벌인다.
청심국제병원 차상협 원장은 “다양한 숲 체험과 전문의 상담 등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휴양과 치유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아토피 치료 및 예방관리는 물론 가족애, 환경보전의 중요성도 일개우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성기자 kds@
관련조례 만들어 안심학교 운영 치료비 지원도
수원시의 아토피 사랑(?)은 매우 진취적이고 앞서 있다.
그 배경에는 염태영 시장의 남다른 관심에서 출발한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염 시장은 아토피·천식 등의 환경성 질환 클리닉 등을 설치하는 치료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수원시는 지난 11일 ‘수원시 아토피질환 예방관리조례안’을 공포했다.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인 저소득층 아동에 대해서는 의료비를 지원하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료급여수급권자이거나 의료보험 하위 50%인 13세 이하 아동에게도 의료비도 지원한다.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를 운영하고, 오는 8월엔 영통구보건소에 아토피상담센터를 설치운영한다.
지난해 수원시가 42개 초등학교와 40개 유치원에 다니는 2만4천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는 수원시의 아토피 사랑(?)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대변하고 있다.
의사진단 유병율이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초등학교 32.7%, 유치원 37.1%에 달했다. 알레르기 비염도 초등학교 39.4%, 유치원 33.3%, 천식은 초등학교 7.9%, 유치원 8.7%로 나타나 더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치를 보여줬다.
그동안 누차 지적돼온 정확한 실태조사와 어린이·취약계층 우선의 치유 및 관리체계 마련, 적극적인 쌍방향 정보교류를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되면서 보다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킨 아토피와의 한판승부 및 타 지자체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