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이후 구제역 차단을 위해 가축을 매몰한 지역에 상수도시설을 설치하면서 과도한 예산을 집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가축매몰지 사후관리와 토양·지하수 환경관리의 적정성 평가’ 보고서는 2010∼2011년 구제역 바이러스 전염 차단을 위해 소·돼지를 파묻은 지역에 일률적으로 상수도시설을 설치, 재정 투입의 비효율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주민 23만3천명에게 물을 공급하려고 총사업비 6천411억원(국고 4천428억원 포함)을 들여 상수도관을 설치했다. 급수인구 1인당 약 275만원이 소요된 셈이다.
도내의 동두천을 비롯해 강원 춘천·양양, 충남 천안·홍성·예산·당진 등 11곳은 1인당 사업비가 1천만원을 넘는다. 충남 아산시 주민 102명에게는 무려 62억원을 투입했다. 34명이 거주하는 경북 울진군의 한 마을에는 12억원을 지원했다.
보고서는 “소규모 주민이 거주하는 매몰지에는 100m 이하의 땅속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활용하는 마을상수도 또는 소규모 급수시설을 제공하면 상수도관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축 매몰지 상수도시설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상수도 공급이 시의적절하고 타당하다’는 견해는 ‘마을상수도 등 소규모 급수체계가 적절하다’는 답변과 똑같이 17.9%로 나타났다. ‘지하수 수질보전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응답은 33.3%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적은 급수인구를 대상으로 장거리 상수도관망을 설치하면 t당 투자비가 늘어나 물값 인상 요인이 되므로 심층지하수 이용을 늘리는 게 주민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가축 매몰 지역에 무조건 상수도를 공급하는 미봉책에서 벗어나 지역 여건을 고려한 물 공급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