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월)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슬픔의 등급

 


온종일 넓은 하늘을 가로질러 다닌 해가 아직 울분을 삭이지 못해 벌건 얼굴로 서쪽 산등성이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이제 또 오늘이라는 날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숱한 이별을 요구한다. 어린 시절 친구와 헤어질 때는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고 입대하는 아들을 훈련소에 들여보내며 소중한 아들을 빼앗긴 듯한 아픔이 예상보다 오래갔다.

이처럼 계절이 지나듯 순탄한 헤어짐도 있고 뼈가 저리고 애간장을 녹이는 슬픔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슬픔이 자식의 죽음이라고 한다. 일컬어 참척(慘慽)이라고 하는데 잿더미 속에서 자식의 뼈를 줍는 일이라고 하니 그 슬픔의 척도를 어디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다음이 배우자의 죽음이고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친구의 죽음이라고 한다.

지난 한 주 사이에 참척은 아니었다 해도 아끼는 사람을 둘이나 잃었다. 한 사람은 후배이며 대녀의 남편으로 가정에서는 물론 지역에서도 어려운 일에 앞장서고 인사성도 밝고 늘 활기차게 일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그의 요절을 놓고 모든 사람이 애통했다. 유치원 막내딸은 아버지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을 따라 시장놀이를 하며 방글거리는 얼굴로 친구들 대열에 섞여 선생님을 따라 다녔고 겨우 초등학생 큰 딸이 너무나도 깜찍하게 아버지의 영정 앞에 향을 사르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지만 노부모의 피를 토하는 울부짖음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가슴을 찢을 것이다.

또 한 사람은 내 친구로 오랜 공직생활로 명망을 쌓았고 앞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잉꼬부부로 소문이 났던 아내와 아들딸들을 두고 두 시간이면 나올 거라며 수술실에 들어가더니 회복하지 못하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 친구를 잃고 슬프다 안됐다 하면서도 장례식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살아있는 우리끼리 먹고 마시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삶을 파고드는 아픔 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그렇다고 예방주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달리 치료 방법도 없으니 주어진 아픔을 그대로 겪으며 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럴지라도 나는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끌어안고 당부의 말을 했다. 지금은 아빠가 한 집에 같이 살지 못해도 아빠를 잃어버리지 않고 늘 생각하면 아빠는 같이 사는 거라고... 실로 힘없는 당부를 하고 말았다. 그래도 어린 딸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훔쳐냈다.

우리는 다시 모여들었다. 전화로 가까이 사는 친구를 불러들여 누구랄 것도 없이 떠나간 친구와의 일을 얘기하고, 살아있음의 허망함을 이야기 하고... 그리고 딸의 결혼 날을 자식대에 이르기까지 좋은 날을 받았다고 다 같이 좋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 문학상 수상 ▲가평문인협회 이사 ▲플로리스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