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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카인의 후예

카인(Cain)은 인류 최초의 살인범이다. 그것도 친동생을 죽인 패륜아로 성경은 묘사하고 있다. 단편소설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은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어 분단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카인의 후예’를 썼다. ‘카인의 후예’란 살인범이자 동생을 질투하고 증오한 카인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을 의미한다. 소설은 평양근처 양짓골이 무대로 1945년 광복직후 북한에서 벌어진 살벌한 공산사회 변혁과정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주인집의 충실한 마름이었다가 농민위원장으로 표변한 도섭 영감이나 신분상승의 기회를 맞아 빼앗고, 죽이는 인물들이 ‘카인의 후예’로 여겨진다. 하지만 황순원은 이념적 편향성을 떠나 사회적 변혁기에 나타나는 인간들의 탐욕과 섬뜩한 살인본능 등을 세세히 묘사하며 민족의 비극에 다가서고 있다. 한 형제같던 마을 사람들이 이념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질투와 증오 그리고 살인으로 이어지는 카인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나타냈다.

오늘은 6·25동란, 혹은 한국전쟁으로 불리는 형제간 전쟁이 일어난지 62돌이 되는 날이다. 1950년 인민군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남북한 합쳐 120여만명이 사망하고 290만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실종자만 120만명이 넘었다. 남북한 인구가 2천만명을 조금 넘던 시절, 500만명이라는 사상자는 1가정에서 1명이상이 피해를 입은 민족적 비극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사료에 따르면 정작 전쟁터에서 죽은 군인은 실종자 포함해서 남한이 18만여명, 북한이 41만여명에 그친다. 반면 민간인은 남북에 걸쳐 200만명에 가깝게 사망했다. 비행기 폭격, 부역 등 전쟁과정의 불상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민간인 희생은 좌우익 대립상황에서 ‘카인의 후예’들이 서로를 죽였기 때문이다. 인민군은 남한의 점령지내 군경가족, 종교인, 우익인사 등을 학살했다. 국군을 포함한 연합군도 국토 회복지역 혹은 북한 점령지에서 좌익인사들을 찾아내 처형했다. 전선(戰線)이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거의 예외없는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광기어린 전쟁 통에 그저 이념에 충실하고자 갖은 악행을 저질렀고, 이념을 빙자한 살인이 자행됐다. 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넘었지만, 남북한 대립상황은 그다지 달라진게 없다. 그사이 수없는 국지전이 이어져 서로를 죽였다. 또 남북한 모두가 전쟁의 연장선에서 군사적 우위에 서기위해 핵무장에 나섰고,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우리가 원래 하나였으며, 언젠가는 하나가 돼야 한다는 의식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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