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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술, 알고 마시자

 

술을 마시면 30~90분쯤에 최대 알콜농도에 도달하며 48시간 몸에 남아있어 월요일에 마셨으면 적어도 수요일에 마셔야 몸이 견딜 수 있다.

얼마 전부터 경찰이 소위 ‘주폭(酒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말썽을 부리는 취객들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이 사회적 소외계층의 사람들이 그 단속망에 걸려들게 된다는 의구심은 있지만 술 마시는 것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대함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강간을 해도 술에 취해 했다고 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나오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 아닌가 말이다. 한국 사람의 건강과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일요소를 꼽으면 그것은 단연코 술이다. 그것은 마시는 술의 양이 엄청남에 기인한다. 우선 세계 2위의 1인당 술소비량을 자랑한다. 음주 인구 1인당 1년에 맥주 204병, 소주 84병, 양주 2병을 마신다. 전체 사망자중 10%가 음주관련 사망자이고 남성의 경우 술로 인해 2.71년, 여성은 0.95년의 평균수명이 감소한다는 통계를 봤을 때 음주는 단연 한국인의 건강문제에 있어 맨 앞에 놓이게 된다.

이러다 보니 술을 팔아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술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 지출이 훨씬 더 많다. 술마시게 하는 삶의 팍팍함과 술에 대한 관대함이 근본 원인이겠지만 술이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 실상을 너무 모르는 것도 술을 과도하게 마시게 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은 그 자체로 칼로리가 있으니 영양분도 되고 또 사람 간에 유대감을 높여준다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술이 소화, 흡수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으로 인해 정기를 고갈시키고 성품을 변화시키며, 각종 장기에 병변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도 가지고 있다. 술을 마시면 보통 30~90분 쯤에 최대 알콜농도에 도달한다. 그리고 48시간까지는 몸 안에 남아 있는다. 때문에 월요일 밤에 마셨으면 적어도 하루는 걸러 수요일 밤에 마셔야 몸이 견딜 수 있다. 알콜 흡수와 배설 속도는 마신 양에 상관이 없다. 즉 조금 마시던 많이 마시던 간에 그 술을 완전히 우리 몸에서 없애는 데는 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때문에 조금씩 매일 마시는 것 보다 같은 양이라도 하루 건너 마시는 것이 더 낫다.

술의 흡수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먼저 위장의 배출속도다. 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다음은 위장내 음식 유무다. 밥 먹고 마시는 술이 덜 해롭다. 특히 단백질은 알콜분해효소의 원료가 되므로 꼭 섭취해야 한다. 그 다음은 알콜의 농도다. 일반적으로 20도 이하의 저농도 술(맥주)은 위선을 자극해 위 분비물을 증가시키지만 20도 이상의 술(소주)은 위액분비를 감소시키고 점액분비를 증가시킨다. 도수가 더 센 술(양주)을 마시면 위점막에 울혈이나 출혈을 야기하고 위염을 증가시킨다. 센 술 많이 먹으면 위장에 구멍난다는 말이다.

마신 술은 약 5%만이 폐나 신장에서 호흡과 소변으로 배설되고, 나머지 95%는 간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간에서 알콜이 분해되는데는 ADH라는 알콜분해효소와 MEOS라는 효소가 작용하는데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ADH가 80%, MEOS가 20%를 담당한다. 술을 많이 먹게 되면 ADH는 변동이 없는데 MEOS가 늘어나 거의 ADH만큼의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술은 먹을수록 는다는 말은 이 MEOS의 증가분만큼까지 뿐이다. 그 이상은 늘지 않는다. 계속되는 경고에도 술을 자꾸만 많이 마시면 간염-지방간-간경화-간암의 코스를 밟게 될 수도 있다. 식욕이 없어지고, 설사를 자주하며, 우상복부가 아프고, 예전과 다르게 전신이 괜시리 나른하며, 이유 없이 열이 나고, 체중감소가 있으면 간에 병이 생겼다는 증거이다. 이외에도 술은 위장염, 궤양, 췌장염 등의 위장병, 두통, 기억력 감퇴, 말초 신경염 등의 신경 질환, 고혈압, 부정맥,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빈혈을 일으키고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만성 피로, 업무 수행력 감소, 불안, 우울, 수면 장애 등을 일으키며 각종 사고 및 폭력의 원인이 된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술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악마이고 달콤한 독약이며 기분 좋은 죄악이라 했다. 술이 사람을 매료시키고 달콤하고 기분 좋은 것도 사실이나 악마이고 독약이고 죄악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는 음주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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