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당하면 숨기게 마련이다. 심한 수치심으로 남들에게 알릴 용기가 선뜻 나지 않을 것이다. 또 잘못 될 경우 그 보복이 두려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가장 빠른 해결방안은 숨기지 말고 과감하게 남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힘자랑을 하는 짱이나 일진들이 건드리지 못하는 학생은 누구일까. 운동부 학생이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결코 아니다. 바로 짱이나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곧바로 신고하는 학생이다.

법무부 산하의 청소년 비행예방 전문기관인 서울소년분류심사원 한영선 원장(범죄학 박사)은 최근 교정상담 학술대회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교폭력에서 가해학생에 의한 피해학생 선택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 원장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올해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들어온 소년들과 면담을 한 결과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일진들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자존심이 강해 부모나 교사에게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아 학교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것이어서 곧바로 신고하는 학생을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폭행을 당할 때 신고하는 학생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고를 했을 때 보복을 당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신고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그럴때마다 신고를 계속하면 짱이나 일진들도 더 이상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원장은 “학교폭력 예방은 학생들이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경찰청과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별로 산재돼 있던 학교폭력 신고전화가 117로 일원화 된 뒤 학교폭력 신고전화가 지난해에 비해 부쩍 늘었다. 정부차원의 학교폭력 117센터가 개소됨에 따라 학교폭력과 관련된 상담 및 수사 지원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 진 것이다.

폭력을 당했을 때 혼자의 힘으로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주변에 알리고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교나 학급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분위기로 감지될기 쉬우므로 주변에 학생들이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를 보게되면 대신 신고하는 것도 학교폭력을 몰아내는 좋은 방법이다. 교사들도 학교폭력의 테두리안에 들어가는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