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기업 판매수수료를 내리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 대형마트, TV 홈쇼핑 등 11개 대형유통업체를 점검한 결과, 판매수수료 인하 혜택이 거래규모가 작은 납품업체에 집중됐다고 3일 밝혔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공정위와 합의한 대로 모두 1천54개 납품업체의 수수료를 내렸지만, 86%(907개)가 연간 거래액 10억원 미만이었다.
가장 큰 업체도 거래 규모가 50억원에 못 미쳤다.
공정위는 “수수료 인하혜택을 받은 업체들이 대부분 소규모여서 백화점 전체 수수료 인하 규모는 연간 185억6천만원, 업체당 평균 수수료 인하금액은 1천760만원 정도에 그쳤다”면서 “숫자 맞추기 식 인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화점이 수익 감소를 최소화하려고 거래규모가 큰 업체는 수수료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꼼수를 썼다는 설명이다.
일부 백화점은 할인행사 때 팔린 상품의 수수료는 낮추지 않거나, 정상가격 상품보다 수수료 인하폭을 줄이는 편법을 썼다.
대형마트와 TV 홈쇼핑의 사정도 비슷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수수료 인하혜택을 받은 900개 납품업체 중 연간 거래액 10억원 미만인 소규모 업체가 94%(850개)에 달했다.
대형마트의 수수료 인하규모는 연간 129억원, 업체당 평균 수수료 인하금액은 1천440만원이었다.
수수료 인하혜택을 본 업체의 97%가 거래액 10억원을 넘지 못한 TV 홈쇼핑은 수수료 인하 규모가 43억5천만원, 업체당 평균 인하금액은 1천360만원이었다.
11개 대형유통업체는 지난해 9월 동반성장 차원에서 중소업체 판매수수료를 3~7%포인트 낮추기로 공정위와 약속했다.
대형유통업체의 실제 수수료 인하폭은 3~4%포인트다.
백화점의 수수료는 평균 29.4%에서 25.3%로 4.1%포인트, 대형마트 수수료는 8.7%에서 5.2%로 3.5%포인트 떨어졌다. 홈쇼핑 수수료는 4.2%포인트 인하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실태 점검과정에서 대부분 유통업체가 자료제출을 몇 개월씩 지연하는 등 비협조적이었다”며 “거래 규모가 큰 납품업체들까지 실질적인 혜택을 받도록 판매수수료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대형유통업체에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