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수원에 초현대적 외관의 대규모 미술관이 건립된다고 한다. 이미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는 미술관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였다. 전문 공공 전시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기도 도민들에게는 희소식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국내 대형 공공미술관의 건립은 작품 창작발표 기회의 확대, 문화향수권 신장, 전시행정의 전문화 등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았다. 특히 확고한 설립목적과 임무의 규정 없이 미술관을 건립, 운영한 결과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왔다. 미술관이 창조적 만남의 장소로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미술관의 성격정립과 그것에 따른 차별화된 운영방식이 필요한데, 양적 팽창만을 위주로 전시장의 확대는 국가적으로는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의 낭비와 일반대중에게는 다양한 전시문화를 향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미술관 건립은 “왜 미술관을 짓는가?”, 즉 설립목적의 설정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미술관의 임무는 설립목적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활동으로 자세히 기술되어야 한다. 미술관은 미술 관련 자료의 수집·관리·보존·전시·조사·연구라는 기본적인 임무 이외에 건립될 지역의 미술문화 발전과 지역 주민의 문화향수권 신장, 사회재교육, 지역미술의 대표작가 육성, 국내외 미술교류 등의 다양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미술관의 설립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설립목적이 분명해야만 거기에 따라 미술관의 활동 및 소장작품의 수집 범위, 조직 유형, 공간설정 등을 결정할 수가 있다. 설립목적이 분명하지 못하면 건립과정 뿐 아니라 건립 후에도 미술관의 운영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잘 만들어진 설립취지는 미술관 조직의 목표·가치·전략의 구축뿐 아니라 내부규정과 같은 운영지침에도 영향을 미치며, 미술관의 구심(求心)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모든 직원들에게 임무 수행시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며, 이들 세부 기능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제시해준다. 또한 강조되어야 할 중요 소장품의 주요 범위를 미리 확정해줌으로써 미술관의 포지션을 강화시켜 주며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을 준다(황규성).”
한편 원하는 미술관을 건립하려면 미술관의 건립기본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건립기본방향은 어떤 미술관을 짓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창작자를 위한 미술관을 만들 것이냐, 시민의 문화향수권을 증진시킬 미술관을 만들 것이냐, 전시 중심 미술관을 지향하느냐, 연구 중심 미술관을 지향할 것이냐, 국내미술에만 전념할 것이냐, 국제적인 미술관을 운영할 것이냐, 순수미술만 다룰 것이냐, 공연 ? 영화 등의 다양한 활동까지도 수용할 것이냐 등 미술관의 운영방향과 성격을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내 공공미술관들은 설립목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특징이 없다. 국내 미술관들이 분명한 성격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국내의 미술관들은 되도록 많은 분야를 다루고 싶어 한다. 그 결과 성격이 분명치 않은 종합 미술관이 되어버린다.
경기도도 거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현재 경기도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백남준 아트센터, 이천월전미술관, 수원미술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백남준 아트센터를 제외하고는 모든 장르를 수용하는 종합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곧 문을 열 오산시립미술관(가칭)과 의왕미술관(예정), 2014년 수원미술관(가칭)이 건립되면 경기도도 다양한 미술문화를 전개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가 확보되는 것이다. 경기도가 현재 국내의 공공미술관들이 겪고 있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전시관의 설립목적과 건립 기본방향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