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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사이후이(死而後已)

제갈공명은 마음이 급했다. 이미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자신을 속세로 끌어낸 유비와 관우, 장비는 유명을 달리했다. 유비에 이어 왕권을 물려받은 유선은 유약해 촉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와 같았다. 또 신묘한 점괘로 길흉화복을 짚어보니 자신의 남은 생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공명이 할 일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유비와 함께 꿈꿨던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수하는 것 뿐 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삼국 가운데 위세를 떨치고 있는 위나라를 꺾는게 급선무였다. 앞서 유비는 숨을 거두며 공명에게 유언을 남겼다. 아들인 유선이 무능하면 대신 왕위에 올라서라도 대업을 이루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천하통일은 유비와 공명을 하나로 묶는 창업정신이었고, 죽음을 넘어서는 시대적 소명이었다.

공명은 마지막이 될 위나라 정벌에 나서며 유선에게 출사의 뜻을 밝힌다. 이것이 유명한 ‘후(後) 출사표(出師表)’이다. 공명은 “한나라의 위업은 익주(촉)같은 변경에 안주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위나라를 멸망시켜 천하를 통일하고 왕업을 중원에 확립해야 합니다. 신은 이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죽고 나서야 그만둔다(死而後已)는 각오로 출정합니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여기서 유래된 사이후이는 원래 ‘국궁진췌(麴窮盡膵), 사이후이(死而後已)’로 댓구를 달아야 뜻이 통하는데, 온 몸이 부서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죽음에 이르도록 정성을 다한다는 말이다. 결국 죽음을 각오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피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대(對)국민 사과문에서 ‘사이후이(死而後已)’를 언급해 화제다. 언론에 따라 셈법이 다르지만 6번째 사과라고 하니 ‘완벽한 도덕적 정부’를 자신했던 이 대통령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여야는 모두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하고 있는데, 야권의 시니컬한 입장과 날선 공격은 그렇다 치고, 여당인 새누리당 마저 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느낌이다. 하긴 연말 대선을 앞두고 18%의 지지를 얻는 대통령과 가까이 하기는 부담스러울게 자명하다. 나아가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제라도 그만두라”며 공격하고 나섰다.

국민 모두는 이 대통령의 측근비리를 엄중히 비난한다. 무능한 정국운영에 대해서도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 하지만 초법적 조치가 없으면 다음 대통령 선출까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계속 될 것이다.

말 뜻 그대로 사이후이(死而後已)를 기대하는 이유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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