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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정진윤"거짓말"

 

말복이자 입추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기온이 내려가 살인적이라고까지 하던 폭염이 한 풀 꺾였다. 요즘은 새벽이면 잠결에 이불자락을 끌어당기게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절은 때가 되면 찾아오고 또 때가 되면 자리를 내어주며 그들끼리의 약속을 지킨다. 우리 사회도 약속으로 이루어지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약속을 어기는 일이 있을지언정 고의로 약속을 어기는 일은 거의 없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더욱이 한 번 시작된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게 되어 결국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혀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게 된다.

얼마 전에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물론 시작은 내가 아니었고 더 이상 번져가지는 않아 천만다행이기는 했지만…. 주말 저녁 무렵 군인들 몇이 들어왔다. 주말에는 외출을 끝내고 귀대하기 전에 식사를 하고 들어가는 모습은 종종 보게 되는 일이어서 특이 할 것은 없었는데 일곱 명이 들어와서 다섯 명분 식사를 주문했다. 다들 이것저것 먹고 난 뒤라 배가 부른데 그냥 자면 서운하니까 조금만 먹고 가려고 한다는 말을 주저하면서 작은 소리로 했다. 그런데 일을 하며 돌아보니 식탁에는 일곱 명이 저마다 수저를 놓고 앉아 있고 한 병사가 식사대금을 물어보고 계산부터 했다.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상황이라 먼저 물만두를 서비스 명목으로 내자 말 그대로 게눈 감추듯이 먹고 순식간에 빈 접시만 남았다. 주문한 식사를 준비하려다 천 원짜리와 동전까지 맞춰 지불한 것이며 재빠르게 먹는 모습이 자꾸 마음을 거슬리며 그 정도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두 명의 몫까지 준비하며 나도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오늘 재료가 새로 들어와 시식을 해야 하니 맛을 보고 평을 해 달라고…. 모두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까지 한 잔씩 뽑아 들고 맛있어서 자주 오겠다는 시식평과 함께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웃는 얼굴로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갔다. 뜻하지 않은 거짓말은 양편이 모두 즐겁게 일단락되었다.

하기야 선의의 거짓말은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윤택하게 해 주기도 한다. 여성에게 더 아름다워졌다거나, 나이가 드신 분께 비슷한 연배와 비교를 하면서 젊어 보인다거나 하는 거짓말이 그렇다. 그러나 전화기 저 편에서 들리는 부모님의 괜찮다는 거짓말은 가슴에 물결을 일으키던 기억도 이제는 희미하다.

밤이 되어 하루 일을 끝내고 돌이켜 보니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그 군인들의 모습에서는 그런 이기심은 볼 수가 없었다. 친한 동료들끼리 함께 외출을 해서 부족한 용돈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아무 불편 없이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앞날이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머지않아 사회의 주역이 되어서라도 오늘 같은 마음이면 부족한 사람을 보듬고 북돋으며 더불어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신적 토양을 지닌 대견하고 사랑스런 젊은이들을 떠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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