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방영된 한 방송프로그램은 콜센터 직원, 텔레마케터 등 전화상담원들의 노동현실을 아프게 고발한다. 하루 200통여의 전화상담을 한다는 그들은 실적 이전에 어떻게 하면 정중하게 거절당할까를 소망한단다. 한번만 더 전화를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말도 듣는다. 대부분 20~30대 여성인 이들 전화상담원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약 100만명에 가깝게 분포한다. 그 중 3분의 2가 비정규직이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노동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의 일부는 억압한 채 상대가 원하는 감정만을 표출해야 하는 소위 감정노동자가 늘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 노동에 더불어 자신의 기분을 억제하고 친절을 유지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모두 감정노동자라 볼 수 있다. 은행창구 직원, 마트 판매원, 우편집배원, 골프장 캐디, 비행기승무원, 식당종업원도 모두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실시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비스직 종사자가 약 540만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기업체에 소속돼 있지만 고객과의 접촉이 큰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합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해진다.
감정노동자들에게 있어 가장 힘겨운 것은 일상적인 언어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욕설과 폭언, 음담패설에도 그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화가 난다고 생계수단을 그만둘 수는 없고 감정을 억누르고 웃으면서 일을 해야 하는데서 누적되는 스트레스는 우울증과 공황장애와 같은 증세를 야기한다. 지난해 서비스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행한 조사는 조사대상자의 4분의 1이상이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때문에 이들 감정노동자들에게는 경제적인 처우 개선, 고용안정성과 더불어 또 다른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안정된 고용을 바탕으로 한 감정노동자의 인권가이드라인의 마련, 지나친 감정노동을 강요하면서도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의 운영마인드의 변화, 감정노동자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의 시스템 구현 등이 법적,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서비스직 종사자에게 일방적이고 과도한 친절을 기대하는 시민적 인식의 제고도 필요하다.
사회제도적인 노력과 아울러 감정노동을 통한 해악을 줄이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은 솔직함을 필요로 한다. 슬프면 슬픔을 발산하고 기쁘면 웃음을 통해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의 발산이 극도로 억압되면 감정의 괴리가 커지고 마음의 습기를 유발한다. 이 마음의 습기가 마음의 병을 유발해 우울증이나 각종 스트레스 질환을 발생시킨다. 마음의 병을 피하는 방법의 하나는 현재를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즉 무감각한 상태를 의식적으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아침에 머리를 감으면서 비누의 향을 느껴보고 출근길에 발바닥에 느껴지는 바닥의 촉감도 느껴보자. 나의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자. 또 하나의 방법은 몸과 마음이 평온하고 힘을 느꼈던 때를 떠올리고 그 당시의 몸의 감각, 소리, 냄새, 체온, 보이는 것, 감정 등에 모든 감각을 집중해 보는 것이다. 이런 연습이 긍정적인 자원을 강화해 정신적, 심리적인 부조화를 극복하는 무기가 된다.
그럼에도 감정의 불일치가 지속되면 마음에 눅눅한 습기가 맺히고 그것이 오래되면 담의 형태로 고착된다. 이 담(痰)이 정신의 통로를 막아 올바른 심리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담미심규(痰迷心竅)라는 병증으로 파악한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심지어 누적되는 작은 트라우마에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이 때는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현재 마음의 상태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상태를 느끼고 기다려본다.
2. 현재 상태를 글로 표현하고 대화를 통해 마음 깊은 곳의 모습을 드러낸다.
3. 슬플 때는 음악과 슬픈 영화들로 감정의 동화를 이루어 자신을 위로한다.
4. 사회에서 억지스러운 감정을 요구받는 자리를 최소한으로 가진다.
5. 자신이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한 가지 이상 만든다.
6. 박하차, 국화차 등이 마음의 지친 상태를 줄여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