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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詩산책]서영채"합당한 저녁"

누구에게나 합당한 밥이 있듯이

내게 합당한 저녁이 있다.



팔뚝을 스치는 산뜻한 바람과

그 결에 실려 오는 아이들 웃음소리

기척 없이 다가오는 먼 산의 망연한 초록과

아, 기적처럼 들려오는 새 지저귐 소리.



내 마음의 완만한 굴곡을 타고 흐르는

초여름, 이 저녁 공기의 한적함이여



누구에게 선물할 수는 없으나

누구에게 빚지지 않아도 좋을,

이 합당한 나의 저녁.

- 세상의 기척을 다시 쓰다란 시인축구단 글발 시집에 수록

 

합당하다는 말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서영채 시인의 이 시를 읽으면서 난 과연 합당한 세상을 합당하게살아가고 있나 되돌아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합당한 사랑이 있고 합당한 그리움이 있고 합당한 노래가 있고 합당한 말이 있고 합당한 저녁이 있고 합당한 만남이 있으나 그 합당이 본인에게도 합당하고 타인에게도 합당해야 비로소 합당이란 말이 향기를 지니게 될 것이다. 시인에게 내게 합당한 저녁은 밥 짓는 연기가 먼 곳을 향한 손짓처럼 피어오르는 저녁이다. 귀가하는 발소리가 가벼운 저녁이다. 어떤 범죄의 기미도 없는 평화로운 저녁이다. 새는 아무 탈 없이 자작나무 숲으로 내려앉고 꽃은 시들어서 단단한 열매를 가지는 저녁이다. 그러므로 합당한 저녁이란 아름다운 저녁이다. 순리의 저녁이다.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는 저녁도 시인의 저녁처럼 합당한지 따져 볼 일이다. 우리 모두 합당한 저녁인지 노을을 앞세우고 다가오는 저녁을 향해 강대나무처럼 서서 가만히 지켜 볼 일이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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