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8일 전태일재단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유족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전태일재단 인근에 도착했지만 재단으로 통하는 골목길이 시민단체와 쌍용차 노조원 등 60여명에 의해 막혀 있자 박계현 재단 사무국장과 간단하게 전화통화만 한 뒤 곧 발길을 되돌렸다.
전태일 열사 유족들은 이날 박 후보 방문에 앞서 성명을 내고 “너무 일방적인 통행이라서 맞이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족들과 시민·노동단체 인사들의 이 같은 거부는 일단 쌍용차 사태, 비정규직 문제 등 당면한 노동현안에 대해 박 후보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주장했다. 이는 박 후보가 역사인식을 ‘수정’하지 않고 국민대통합 행보에 나선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전순옥 의원은 성명을 통해 “과거 5·16쿠데타와 유신, 군사독재에서 지금의 정수장학회까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지금의 말과 행동은 그 진실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한 것도 이런 기류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대선 화두로 내건 국민대통합의 행보를 앞으로 이어가려는 과정에서 5·16쿠데타 등 과거사 인식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강탈 논란이 일었던 정수장학회 문제, 박정희 시대의 정치·경제·사회적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필요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박 후보는 청계천 6가의 ‘전태일 다리’에서 헌화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한 남성으로부터 “독재자의 딸”, “어떻게 여기를 모독하느냐, 무슨 자격으로 왔느냐”는 비난을 듣는 등 혼란스런 상황도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