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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김경우"내실있는 실무위주의 고졸취업트렌드와 변화"

 

C 여상 3학년 D양은 지난해 말 방송국의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여했다.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스카우트’가 진행한 IBK기업은행 고졸행원을 채용하는 자리였다. 전국 355곳의 특성화고교에서 추천받은 150명과 예선 그리고 16명과 본선을 치렀다. 결선무대에는 D양을 포함해 5명이 올라갔다. 심사위원들은 독창적인 금융상품을 만들라는 과제를 냈다. 실제 상품화와 판매 가능성을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D양은 만학도를 위해 고안한 ‘배부름(배움을 부르는) 통장’을 한 편의 콩트로 설명했다. 당당하게 채용됐다.

또 현대백화점은 지난 6월 고3 학생 30여명을 신입사원으로 뽑았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일반 업무와 병행해 대학 수준의 교과과정을 압축적으로 이수하고 실무능력을 배양하는 ‘사내 유통대학’을 거치게 된다. 과정 수료자는 일반 대졸자와 차별 없는 대우를 받게 됨은 물론이다. 이런 방식으로 고졸자를 뽑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사내 중공업사관학교를 개설, 올해 1기 100명에 대한 교육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아예 마이스터고 2학년 학생들을 뽑아 전문 맞춤형 인재로 교육하고 졸업과 동시에 입사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단순 기능직이 아닌 기술 명장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 최 약국에서 오늘날 원조를 해주는 세계 10위권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육이 최일선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교육열로 인한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 높은 사교육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부실대학 등의 기사는 이미 사회 한 면을 채우는 단골기사다.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은 결국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가정 형편과는 상관없이 자식만은 대학을 보내려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 깊어 보인다. 우리는 1990년 이후 급속한 고학력화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전문계고를 기반으로 한 중등단계의 직업교육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1~2020 중장기 인력수급전망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전문대졸 이상 신규 인력은 총 416만2천명인데 반해 실제 취업시장에 공급되는 인원은 50만명이 많은 466만3천명에 달해 대졸자의 초과공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졸자 수는 연평균 46만명씩 증가하는 데 비해 이들의 일자리는 41만개씩 늘어나는데 그쳐 대졸자 수가 필요한 일자리 수보다 매년 5만명 가량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현재 고졸 졸업생의 85% 이상이 대학 진학을 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64%, 일본 48%, 독일 36%와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고스란히 사회적,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졸 채용제도의 변화가 고교 재학생들의 진로 설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다. 진학이 현격히 줄어든 것이라는 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2010년 19%에서 지난해 23%대로 올라선 뒤 올해는 42%로 급증했다. 반면 2009년 64%까지 치솟았던 대학 진학률은 절반가량인 35%로 대폭 감소했다. 그들 사이에선 취업이 새로운 추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취업자의 75%가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연봉도 매년 큰 폭 상승하는 등 취업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

아직은 일부 기업에 한정된 변화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로 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이제 학력은 더 이상 자랑거리도, 내세울 일도 아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학력 인플레와 무관치 않다. 국가적으로 고졸 취업 성공시대를 장려하고 있고, 학교에서도 적성과 능력에 맞게 취업을 선택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것이 공교육의 역할이고 사교육의 무분별한 시간과 재정의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단순 사무직 등에 고졸자를 채용하던 단조로운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사내 교육 등을 통해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 기업의 취지다. 국내 기업 고졸 취업제도의 의미 있는 변화 바람은 특히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학력과 학벌주의 타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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