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다 고아 출신 미국 입양아 의사 방귀남(유준상)을 만나면서 시댁이 이역만리 떨어져 있고 시댁 식구를 평소 만날 일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생각을 고쳐먹고 결혼에 골인한다.
‘당연히’ 그는 우아하고 깔끔한 딩크(DINK : double income no kid)족을 지향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차윤희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살던 앞집 아주머니가 알고 보니 방귀남의 친엄마였고 ‘뭐 이런 인간들이 있나’ 싶던 앞집 처자들은 그의 시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차윤희의 인생은 대지진을 맞는다.
고부갈등, 시누이와의 부딪힘 등은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차윤희는 하루아침에 ‘시월드’(시댁을 지칭하는 은어)에 입성하고, 심지어 시댁과 거의 한집에서 살게 되면서 시집살이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나와 내 남편’밖에 모르던 깍쟁이 같던 차윤희는 그 과정에서 가족과 더불어 사는 맛과 의미도 깨달아가며 한 뼘씩 성장해간다. 계획에 없던 임신이 ‘무자식 결심’에 일차적으로 균열을 일으키지만 그렇게 가진 아이를 유산으로 놓치면서 차윤희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실감과 슬픔에 휩싸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에 한발을 들여놓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도 변화하게 된다. 결국그는 자신의 안에 숨어 있던 모성애의 발현으로 다섯 살짜리 아이를 입양하게 되고, 뒤이어 자연임신에도 성공하며 둘째도 바라보게 됐다.
드라마 초반 차윤희와 방귀남의 모습은 현대의 많은 여성이 꿈꾸는 매력적이고 산뜻한 딩크족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넝굴당’은 마지막회에서 임신한 차윤희가 입양한 첫째, 시어머니와 함께 아이의 운동회에서 3인 1조가 돼 서로 다리를 묶고 달리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남한테 폐 안 끼치고 내 멋에 깔끔하게 살자’는 차윤희가 인생에서 ‘절대’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진짜 ‘어른’이 돼가는 모습은 주말 안방극장을 시종 유쾌하면서도 훈훈하게 만들었다.
▲예능감각 무장한 스타 작가 탄생
‘넝굴당’은 박지은이라는 스타 작가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박 작가는 미니시리즈에서 발휘했던 또렷한 캐릭터 플레이를 그대로 살리면서 연속극에 필요한 일상적인 관계설정과 다양한 에피소드 전개에서도 솜씨를 발휘하면서 ‘넝굴당’이 남녀노소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게 했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박지은 작가는 현재 국내 드라마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적인 작가”라고 극찬했다.
고 국장은 “예능감각으로 무장했으면서도 드라마트루기가 강하고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줄 아는 박 작가의 재능은 독보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넝굴당’은 차윤희와 방귀남을 중심으로 일숙(양정아), 이숙(조윤희), 말숙(오연서) 등 차윤희의 시누이 셋과 천재용(이희준), 민지영(진경), 방장군(곽동연), 엄순애(양희경) 등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미니시리즈 같은 재미를 줬다.
이렇듯 ‘넝굴당’은 다양한 캐릭터와 에피소드 안에 인간사 희로애락을 맛깔스럽게 녹여내며 사랑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