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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정진윤시인"소식"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전화벨이 울렸다. 잠결에 수화기를 든 남편이 상대에게 전화를 잘못 걸었다는 말로 전화를 끊는다. 거의 신경질적인 말과 함께 거칠게 전화코드를 뽑은 남편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잠에 빠진다. 그렇지만 그대로 누워있던 내가 오히려 잠을 놓치게 되어 멀뚱거리며 날이 밝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렇게 토막잠을 자고 나니 몸은 무거워도 주말이라 종종 걸음을 치며 하루를 보냈다.

노을 진 하늘에 어둠이 물들고 저녁 식탁에 앉은 나는 식사 도중에 울리는 전화벨에 또 다시 일어섰고 자리로 돌아와 새벽의 일에 대해 물었다. 얘기인즉 예전에 한 집에서 살다 이사를 간 사람인데 작년 부터 어머님을 만나기 위해 한 번 온다는 얘기를 하더니 그 후 소식이 없어 그냥 지나갔는데 거의 일 년을 지나 오늘 새벽에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어머님 반응이 뜻밖이었다. 당신을 만나고 싶어 찾아오겠다는 소식에 반갑기는 커녕 어떻게 해서든 오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 사람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사람의 방문을 달가와 하지 않는 이유가 뒤따랐다. 씀씀이가 워낙 헤프고 희떠워 남편이 월남전에서 목숨 걸고 벌어 온 돈도 다 날리고도 모자라 사방에 빚을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해서 여러 사람이 난처한 지경에 빠지게 되고 나중에는 거의 맨손으로 쫓겨 가다시피 했다는 얘기를 하며 혀를 차셨다. 다시 통화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오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을 하나 하나 궁리하기에 이르렀고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우리는 한 참을 웃고 말았다. 이사를 했다느니, 집 수리를 한다느니 하면서... 사람 좋아하시는 어머님이 저렇게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슬쩍 그 사람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른 새벽 들려온 소식은 결국 반갑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어쩌다 TV에서 시대극을 보면 양쪽 손에 송화기와 수화기를 하나씩 들고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전화기는 거의 노트북에 도전을 하고 있다. 가끔씩 아침이면 예쁜 꽃사진을 찍어 선물을 하는 친구도 있고, 집 떠나 공부하는 아들이 보고 싶으면 전화로 불러내면 실제로 마주보고 있는 것만은 못해도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래는데 한 몫 톡톡히 한다.

올 가을은 태풍이 잦아 어느해 보다 농민들 걱정이 깊다.

가을은 아무 소식 없이 찾아와 하늘과 땅에 가득 풍요를 선물하는데 태풍 소식은 또 우리를 걱정으로 몰아넣는다. 새벽의 전화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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