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의 당신 / 김요일
태초의 이전부터 오신다더니
꽃과 바람
물과 불
하늘과 땅 어디에도 보이시지 않네
터진 듯 쏟아 내리는 별빛 속에도 묻어오지 않으시고
전생의 전생에도 보이지 않으시는
우주의 바깥에 계신 당신
모든 이즘ism의 프리즘인
처음의 줄기이자 분열의 마지막인
아, 당신은
- 시인축구단 글발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췌
시인축구단글발이 퍼 담은, 고봉의 따뜻한 시 한 그릇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글발축구단이 공동으로 낸 시집에는 기라성 같은 시인과 최신예시인이 모여 공을 차고 축구를 하며 시를 모아 시집을 내었는데, 시란 이처럼 태초의 당신을 기다리듯 어떤 기다림에서 출발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기다려도 그 어떤 사물로도 사건으로도 오지 않는 당신을 어쩌면 영원히 부재일지 모를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사랑의 자세이고 사랑의 어리석음이기도 할 것이다. 모든 이념의 출발점이자 끝점이나 그래서 어디나 존재하나 결국 보이지 않는 그래서 기다림이 갈증처럼 차오르는 것이리라. 우리 모두 그 누구에게 그런 애초의 사랑이기를, 애초의 당신이기를.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