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년/문학과지성사
실제로 고양이를 키울 수도 있겠으나 시집 전체에서 보이듯 사물의 의인화로 가득한 시집이라는 점에서도 고양이는 퇴근하는 시인의 모습이거나 종일토록 드리우고 다니던 그림자이며, 나아가 시인 마음속의 깊은 그늘이 아닐까. 또는 우리들 모두의 그늘이며 문명의 그늘이 아닐까. 그래서 허기로 가득한 자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달의 꿈 옥토끼와 함께 방아를 찧는 꿈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