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2시부터 수원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4만3천352명의 ‘구름 떼 관중’들은 후반 5분경 터진 수원블루윙즈 오장은의 골에 환호성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그 골은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골이었다. 이날 경기는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수원과 서울간의 경기 이른바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게임이었다. 참 신기한 것은 수원과 서울간의 경기다. 수원은 현재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을 만나 7연속 승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원과 전북, 서울과 전북간의 경기도 재미있다. 전북은 수원에 11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전북은 서울만 만나면 꼬리를 내린다.
그래서 프로축구가 재미있다. 특히 지난 3일 열린 수원-서울 전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 전기한 것처럼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슈퍼매치인데다가 천적관계가 이어질 것인가 무너질 것인가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7연속 수원의 승리로 끝났지만 경기내용은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관중들은 라이벌 팀답게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투혼에 열광했다. 부상자가 속출했고 심판은 경고카드를 꺼내기 바빴다. 양측 응원단의 응원경쟁도 치열했다. 청색 옷을 입은 1만여명의 수원응원단에 맞서 붉은 옷을 입은 대규모 서울 원정응원단도 끝까지 선수들을 격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수원블루윙즈가 프로축구 K리그 통산 최단 기간 300승의 위업을 달성했던 것이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통산 640경기 만에 팀 300승(165무175패)을 달성했다. 이는 같은 경기도내 팀인 성남 일화가 가지고 있던 종전 최단기간 300승 기록(758경기)을 118경기 앞당긴 것이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이 같은 사실이 전광판과 장내 방송을 통해 발표되자 관중들은 또 다시 일제히 환호했다.
프로축구에서 1승을 거두기란 어렵다. 선수들은 90분간 뼈와 살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치열한 그라운드의 전투를 벌여야 하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구단관계자들은 피가 마르는 시간을 버텨야 한다. 경기 내내 못이 쉬도록 소리 지르는 응원단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노력이 한데 모아져 귀중한 1승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올해 스플릿라운드 상위리그인 그룹A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의 승점은 73점, 3일 승리로 3위에 오른 수원의 승점은 59점이다. 비록 우승경쟁에서는 한발 밀려나 있지만 수원의 막바지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