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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시선]태풍 재해지역을 찾아준 경찰관들

 

태풍 볼라벤의 위력은 대단했나 보다. 태풍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기 전까지 언론에서 지나친 보도로 긴장감을 준 건 아닌가 하고 내심 부정적인 생각을 했었다. 지나친 보도가 국민들의 심사를 불안하게 하고 긴장감을 주지 않나 해서였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많은 이들이 고통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태풍 피해는 비단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집안에도 찾아왔다. 병원에 계시는 큰 형에게서 한 통의 장문의 문자가 왔다. 작은 형이 일군 2만4천평의 인삼밭이 태풍으로 쑥대밭이 됐다는 것이다. 작은 형님은 전남 해남 고향 땅을 지키며 농사일을 해오고 있다. 벌써 20년째 농장을 하고 있는 형님 내외를 만날 때마다 고된 그들의 삶을 읽으면서도 어느 때와 다름없이 농장에 만족해하며 정직한 농업인으로 성장하고 있어 내심 박수를 보내곤 했다. 얼마 전에는 농업인의 날을 맞아 형님께서 고향 땅 사람들 중에서 10년 만에 대통령표창까지 받았다니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은 그게 끝이었다. 큰 형님은 간단한 수술을 받긴 했지만 장기간 병원에 계셔야 했다. 병원에서 작은 형님의 태풍 피해 소식을 듣고도 이러지도 못하는 큰 형님의 마음은 오죽하셨을까…. 이심전심, 6남매 가족 모두가 시름에 잠겼다. 가족모임회비 500만원과 아내의 마음이 담긴 100만원을 준비해 곧바로 보내고 직장에 있다 보니, 휴가를 낸다는 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태풍은 후폭풍도 심해 유달리 피해가 컸다. 덩달아 피눈물을 흘리는 농부들도 많았다. 정부에서는 우리 고향을 특별재해 지역으로 선포했다. 피해복구 지원금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것이다. 게다가 고향인 해남경찰서에서 피해복구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지역치안에도 불철주야 어려운 가운데 경찰서장이 직접 농가를 방문하고 위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새삼 경찰관들에게 고마움이 더했다.

시골에는 젊은이들이 가뭄에 콩 난 듯 보일 뿐이다. 노인들이 대부분인데다 크고 작은 농작물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들 역시 피해가 크다 보니, 이웃사람과 품앗이해 피해를 복구할 여력이 없다. 많은 임금을 주고 일손을 찾는다는 일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은 작은 형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은 형님 내외분이 수년간 인삼 공들인 인삼은 물거품이 됐다. 인삼 농장은 5년근 미만은 갈아 업고 다시 심어야 하는 실정이고, 6년근은 인삼공사와 협의를 마쳐 조기수확으로 결론을 내었나 보다. 그런 와중에 전남도와 정부가 지원한 재해지역에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나서서 도와주는 모습을 접하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가족인 필자도 못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가 큰 지역임을 감안해 소중한 인력을 투입해준 군인과 경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농사일에만 전념하신 부친과 형님께서도 해남경찰서장의 따뜻한 방문과 현장경찰관들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한다.

대도시와 다르게 땅끝 해남의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력은 치안수요에 비해 인삼도둑뿐 아니라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농작물 절도를 막느라 수고가 많다. 피해복구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린 뒤 야간 근무현장에 곧바로 돌아가는 경찰관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형님께서는 미안한 마음에 한참 동안 보답할 길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태풍이 쓸고 간 고향 땅 해남! 조기 수확한다는 6년근 인삼을 캔다는 소식에 하루 휴가를 내고 서둘러 다녀왔다. 어느 때보다 가족들이 모두 모였지만 분위기는 태풍이 몰려올 때처럼 어두웠다. 워낙 낙천적이고 말수가 적은 작은 형님의 모습은 밝아 보였지만 늦은 밤 술잔을 비우는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른 것을 보고 나니, 내 마음 한구석에도 시름이 가득했다.

피해가 큰 탓일까. 어느 정도 회복기에 접어들어 안정이 될 만한 상황인데도 작은 형님과 형수님의 얼굴에 잔잔한 어둠이 그려져 있었다. 태풍은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나눔과 배려,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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