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국경을 넘을 뿐 아니라 지역이라는 울타리도 넘어선다. 특히 야구와 축구 등 지역을 연고로 한 프로스포츠는 지역구 스타를 전국구 스타로 키우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김응룡 감독은 ‘코끼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선수가 아니면서도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광주와 호남권을 대표하는 해태타이거즈 감독과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라이온즈의 감독을 지냈지만 그의 인기는 서울에서도, 수원에서도, 인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감독시절 그의 카리스마는 엄청났다. 선수는 물론 구단의 높은 사람들도 범접하지 못했다.
그의 말 한마디는 그대로 법이었고, 선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었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느릿한 발걸음으로 심판에게 다가가 젊은 심판의 혼을 쏙 빼놓는 강력한 어필로 유명했다. 심판 가운데는 코끼리 감독이 서서히 다가오면 자신을 그대로 덮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의 존재감은 가히 짐작이 간다.
김 감독의 경력은 현재 프로야구계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화려함 그 자체다. 해태타이거즈 감독으로 18년간 지휘봉을 잡고 9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우승에 목마른 삼성라이온즈의 우승청부사로 나서 우승컵을 안겨주는 성과를 올렸다. 이어 야구인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구단 사장에 올랐고, 22시즌동안 1천463승 65무 1천125패라는 신화를 남기고 명예롭게 은퇴했다.
그런 김 감독이 야구현장으로 복귀한다고 한다. 그것도 사장이나 고문이 아닌 감독으로서 내년부터 한화 이글스의 지휘봉을 잡는다. 스타 감독인 만큼 그의 복귀를 두고 팬들의 반응이 찬반으로 나뉘어 들끓는다. 감독 복귀를 환영하는 팬들은 젊은 감독들의 무색무취한 야구에 질렸다며 ‘코끼리표’ 색깔있는 야구에 방점을 두고 있다. 또 그의 카리스마는 그 자체가 야구팬들에 대한 서비스이고, 야구복을 입은 그의 모습만으로도 야구열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그의 복귀를 반대하는 애정어린 충고도 많다. 72세에 이른 노령과 10년 가까이 현장을 떠나 감각을 걱정하기도 한다. 또 야구발전을 위한 자문과 쓴소리, 그리고 야구인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야 할 김 감독의 현장복귀로 야구계 어른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있다.
창룡문의 걱정은 김 감독이 거둘 성적이다. 그의 도전정신은 인정하지만 프로스포츠는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한다. 성적이 나쁘면 우리사회가 갖기 힘든 영웅을 잃게 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