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 현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화면이 9일 공개됐다. 경찰이 사고 직후 회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복원한 30분 분량의 화면은 앞부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희뿌연 연기 형태의 불산이 탱크로리 밖으로 새어 나오는 장면이다. 안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준다.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사고와 관련, 경찰의 부실 대응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통합당 김민기 의원은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 현장 출동 경찰들이 사고 상황에서 부실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현장 출동 경찰들이 피해 상황이나 기타 징후에 대해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면서 “가스가 폭발했다면 동물들이 죽거나 이상 반응을 보이는지 등에 대해 보고해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으로 사고 발생 12일 만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결정은 지난 주말 현지에서 벌인 정부 합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해당 지자체만으로는 수습이 어려울 만큼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피해 지역에는 분야별 지원 기준에 따른 행정·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주민 건강에 미친 영향과 농축산물, 산림 등의 피해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빈틈없이 준비해주기 바란다. 이미 물이 엎질러진 상황에서 사후 대처보다 사전 예방이 백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허망한 노릇이다.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산 누출이 주민 건강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또 현지 토양이나 지하수는 물론 하류 지역 식수원인 낙동강 오염 가능성 등 3차 피해 우려를 없애는 일도 시급하다.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 체계는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대체로 촘촘한 예방 체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사후 대처도 기민하고 완벽하다. 산업이 밀집되어 있는 수도권에는 각종 화학물질을 실은 탱크로리가 수시로 이동한다. 이제라도 완벽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사후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국민 안전문제는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