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그때그때 풀어야 한다
자연은 불인(不仁)하다고 한다
범사에 감사하며 슬슬 산책하는여유를 가지고 만나는 이에게가볍게 인사하고 유유자적사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한의원에 오시는 분들이 ‘어깨가 뭉쳤다’ ‘입맛이 없다’ ‘소화가 안 된다’ ‘잠이 안 온다’ ‘불안하다’고 호소하시면서 왜 그러냐고 묻는다. 특별한 원인이 없으면 대부분 ‘신경성이에요. 스트레스 때문에 그래요’라고 답해 드린다. 못 먹고 못 산 예전과는 다르게 현대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받은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푸는 것이 건강의 첫걸음이다.
걷자
원시시대에 짐승을 만나면 사냥하던지 도망을 가야 했다. 긴박상황에 부딪히면 스트레스를 받아 혈압과 심장박동수가 높아지고 소화계나 면역계로 갈 혈액이 근육 쪽으로 몰려 ‘싸움 혹은 도주(fight or flight)’를 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실지로 싸우든 도망가든 몸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스트레스를 받는 공간이 달라졌다. 야외보다 주로 실내에서 일이나 돈이나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실내에서 스트레스만 받고 ‘싸움 혹은 도주’의 움직임이 없다. 과거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움직임으로 풀어야 한다.
걷자. 몸 아래 다리를 움직여 위로 뜬 화(火)를 내리자. 탁 트인 야외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기왕이면 햇볕을 받으며 20분 이상씩 걷자.
인사를 잘하자
스트레스는 나 자신만의 문제 외에 내 주위 상대와의 관계에서 온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마주칠 때의 반응, 즉 인사이다. 마주칠 때 소 닭 보듯 무표정으로 무관심하게 인사 없이 대하면 경계하는 관계가 성립돼 서먹해진다. 인상을 쓰고 성질을 내며 기(氣)로 누르려 하면 마주치는 상대도 적으로 인식하고 관계도 삭막해진다. 밝은 인상으로 고개를 살짝 내리며 친밀하게 인사를 하면 상대도 동지로 인식해 화기애애한 관계가 형성된다. 인사를 잘하자. 인사를 잘하면 인상이 좋아지고, 인상이 좋아지면 인생이 행복하다.
끈을 놓자
이루려는 마음의 끈을 놓자. 몇 해 전 ‘씨크릿’이라는 책이 유행했다. 무엇인가를 이루려 할 때 할 수 있다, 될 수 있다는 확신을 하면 잠재의식에 의해 마음먹은 대로 다 이뤄진다는 내용의 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다.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팔자려니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쥐려고 손을 움켜잡으면 주먹 크기만 잡을 수 있지만, 손을 펴면 온 세상을 손바닥 위에 놓을 수 있다. 자꾸 이루려는 마음의 끈을 놓고 무해무덕(無害無德)하게 팔자대로 사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다.
사람에 대한 끈을 놓자
사람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자. 가족이니깐, 친구니깐 아니면 저 사람에게 내가 이만큼 베풀었으니깐 저쪽도 나에게 이만큼은 해주겠지 하는 기대를 하지 말자. 최근 싸이와 김장훈의 갈등도 김장훈으로서는 싸이가 어려울 때 도와주고 베풀어 줬는데, 싸이는 자신에게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을 했다고 여긴데서 비롯된 듯하다.
인간관계의 기준을 사람이 아니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두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사람에 대한 기대를 덜 하기 때문이다. 부자지간, 형제지간, 부부지간에도 상황에 따라 틀어질 수 있다. 사람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고, 그때그때 현재에 충실하며 현재를 즐기고 현재를 잡자.
자연은 불인(不仁)하다고 한다.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남겨야 행복할까? 그냥 그때그때 범사(凡事)에 감사하며, 슬슬 산책하는 여유를 가지고 만나는 이에게, 만나는 풀잎에 가볍게 인사하고 유유자적 사는 것이 스트레스 없이 사는 범인(凡人)의 행복이 아닐까? 한오백년 살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