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는 과실의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때로는 과실의 적이 되는 식물호르몬 ‘에틸렌’을 아는가? 에틸렌은 주로 과실의 후숙에 관여하는 물질로, 충분히 익은 과실에는 그 과실을 상하게 하는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덜 익은 과실에는 그 과실이 빠르게 익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상온 0~40℃에서 무색의 가스로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고 과실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과실에서 에틸렌이 분비된다. 즉 과실 성숙과정 중에 에틸렌은 자연스럽게 발생되며 과실에 상처가 나거나 병해충 피해를 입은 과실에서는 에틸렌이 많이 분비된다.

에틸렌은 과실 저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에틸렌 발생량이 많은 과실은 일반적으로 저장력이 떨어지고, 성숙시기에 따라 조생종 품종이 만생종에 비해 에틸렌 발생량이 많고 저장기간도 짧다. 에틸렌은 과실의 유통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사과와 배를 함께 저장하게 되면 에틸렌 분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배는 급속히 노화되어 저장력이 떨어지므로 혼합저장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실을 장기간 저장하는 경우에는 단일 과종이나 단일 품종만 저장하는 것이 좋다.

숯을 이용한 간편한 후숙연화제 개발

과실 중에는 이 에틸렌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과실도 있고, 에틸렌을 가능하면 억제시켜야 저장이 오래가는 과실도 있다. 사과나 배처럼 익었을 때 나무에서 따서 곧바로 먹을 수 있는 과실은 에틸렌을 억제시켜야 하는 반면에 수확 후에 한동안 후숙을 시켜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과실도 있다. 후숙시켜 먹어야 하는 대표적인 과실은 떫은 감과 참다래(키위)이며 서양배, 자두, 바나나 등도 이에 속한다.

떫은 감은 우리나라 고유의 과실로서 수확 후 떫은맛을 없애는 과정을 거쳐야 먹을 수 있는데 가정에서는 소금물에 담가놓거나 온탕침지, 알코올침지 등의 방법으로 떫은맛을 없앴다. 그러나 많은 양의 떫은 감을 한꺼번에 그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 에틸렌과 작용이 유사한 아세틸렌을 발생시키는 카바이드를 처리해 연시를 만들게 됐고, 이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유독성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작업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고, 과실 표면에 중금속이 남는 등 안전성이 문제됐다.

이에 그 당시 카바이드를 대신해서 사용할 수 있는 에틸렌 발생제를 이용하는 기술을 긴급하게 개발해 떫은 감 생산농가에 널리 보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부 농가에서는 약제혼합 등 사용하기에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이를 개선해 에틸렌을 천연 숯에 흡착시켜 밀봉했다가 봉지를 개봉해 과실 박스에 넣어두면 서서히 방출되도록 만든 간편한 후숙제를 개발하게 됐다. 이것을 활용하면 떫은 감의 연시를 제조할 때나 참다래 후숙 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실에 직접 접촉해도 전혀 해가 없어 소비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떫은 감뿐만 아니라 참다래 후숙에도 좋은 효과를 보였다. 떫은 감과 참다래 유통현장에 적용해 본 결과, 3~5일 만에 충분히 연화돼 먹기 좋은 상태가 되었다. 또한 숯을 이용한 간편한 후숙연화제는 유통상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생산자가 직접 과실을 후숙시켜서 먹기 좋은 상태로 과실을 유통했기에 과실이 연화돼 있어서 수송 중에 쉽게 손상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 후숙연화제를 이용하면 원하는 시기에 연화제 봉지를 개봉해 박스에 놓아두기만 하면 간단히 후숙되므로 소매점에서는 판매시기를 조절하면서 필요한 만큼만 후숙을 시켜 판매할 수 있어 편리하고 가정에서도 원하는 시기에 후숙시켜 먹을 수 있다.

유통중 과실 손상 방지에 큰 효과 있어

이러한 과실연화제의 개발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과실을 간편하게 후숙시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유통 중 과실의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서양배나 후숙이 필요한 다른 과실에도 활용될 수 있어 개발 기술의 산업적 가치가 크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는 개발된 후숙제를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특허 출원 중에 있으며 앞으로는 후숙연화제의 외국 수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