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돼지 유전체 지도를 완성, 앞으로 돼지의 품종 개량은 물론 인체 이식용 바이오 장기 연구개발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진흥청은 국제 컨소시엄에 한국 측 대표로 참여해 돼지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하고, ‘돼지 유전체 해독을 통한 돼지의 집단통계학과 진화 해석 가능’이란 제목으로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표지논문으로 발표됐다고 15일 밝혔다.
2006년부터 시작된 돼지 유전체 해독은 국내 연구진 14명을 포함, 미국·영국·프랑스·덴마크·네덜란드·일본·중국 등 8개국 132명의 연구자가 참여했으며, ‘듀록’ 암컷돼지를 대상으로 19개의 염색체에서 총 29억 염기쌍을 해독해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이 돼지 유전체를 이미 유전체 해독이 완료된 소나 말, 개 등의 포유동물과 비교·분석한 결과 장기와 조직의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인간과 돼지, 개가 서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돼지를 바이오 장기용 동물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또 돼지에게 개(1천94개)보다 많은 1천301개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발견돼 돼지가 후각기능이 매우 발달된 동물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각 관련 유전자는 염색체 재배열로 인해 기능이 떨어져 사실상 돼지는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고, 쓴맛도 인간의 25개보다 적은 17개의 유전자만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전체 해독으로 확인한 결과 돼지는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유래, 약 100만년 전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돼지 유전체 지도를 바탕으로 한국 재래돼지의 정밀 유전체 지도를 완성하고, 유전체 변이를 이용한 품종 개량 연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경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는 “국제적 기준이 되는 돼지 유전체 지도가 완성돼 앞으로 가축 육종분야의 획기적인 발전과 함께 인간 질병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